[MZ커뮤니티 보고서] 이자연ㅣ대중문화 탐구인
온라인 커뮤니티라 하면 그 현관문이 모두에게 활짝 열려 있을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몇몇 여초 커뮤니티의 경우, 가입자가 실제 여성인지 인증해야만 주요 게시판을 이용할 수 있다. 이런 증명 과정이 없는 곳들도 특정 등급에 도달하려면 다소 복잡한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그에 반해 남초 커뮤니티는 대부분 누구나 쉽게 가입하고 참여할 수 있는 형태다.
어느 날, 남녀 커뮤니티의 폐쇄성 차이에 관한 어떤 현상이 유독 눈에 띄었다. 여초 커뮤니티의 높은 울타리를 뛰어넘고 싶은 남성들이 직거래 사이트에서 커뮤니티 아이디를 구매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젠 화젯거리를 찾는 에스엔에스(SNS) 계정만이 여성들의 게시글을 동의 없이 퍼뜨리는 게 아니라, 수많은 개인이 이 행위에 동참하고 있었다.
특히 페미니즘 이슈에 관한 것이라면 더욱 쉽게 불펌되었다. 데이트 폭력이나 강간·살해 관련 뉴스 앞에서 격분하는 여성들을 보며 분노의 원인에 공감하기보다, ‘어차피 너희에겐 그런 일도 없을 것’이라며 조롱을 일삼았다. 요즘 여자들이 어떤 생각 하는지 알고 싶어 요새의 문을 비집고 들어갔다고 주장할 수도 있겠지만, 정말로 그들의 생각이 궁금한 건 아닌 듯했다.
맥락 없이 비난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여성 유저들은 대책을 고안해냈다. 바로 워터마크를 새기는 것이다. 이 글이 어쩌다 우연히 만들어진 게 아니고, 보이지 않는 화면 너머의 사람이 특정 공간에 게재한 거란 걸 알리고 싶어했다. 스스로 보호하기 위해 여성들은 한 단계를 더 거쳐야 했다. 어쩌다 글 하나 쓰기가 이토록 번거로워진 걸까.
단순히 화면을 캡처하는 정도를 넘어서기도 했다. 웹사이트 ‘라이옹’은 남성의 가입을 제한한 여초 커뮤니티 게시판을 미러링해 게시글을 그대로 복제했다. 설명하자면, ‘초밥 먹고 싶다’는 글을 ㄱ카페에 올리면, 라이옹에도 그 글이 올라가는 것이다. 심지어 댓글까지도 함께 옮겨지는데, 원본 글을 아무리 지워도 라이옹에는 그대로 남고 만다. 해당 사이트는 현재 폐쇄되어 접속이 불가능하지만, 이 사실엔 변함이 없다. 내 게시글을 나도 모르게 불펌해 갈 기술이 존재한다는 것.
‘퍼가다’, ‘퍼뜨리다’, ‘공유하다’, ‘옮기다’, ‘파급하다’…. 이 현상을 나타낼 동사는 무궁무진할 것이다. 하지만 어떤 것도 적확하지 못한 것만 같다. 그보다는 나는 이걸 ‘관음’이라고 부르려 한다. 이건 일종의 관음증이다. 당사자 모르게 당사자를 관찰하고, 본격적인 관찰을 위해 기술을 이용하고. 그렇다고 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거나 이해하기 위한 목적이 있는 것도 아닌, 그 음침함이 어떻게 관음이 아닐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