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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영수의 사기그릇] 한 자, 한 치

등록 2010-05-19 19:20수정 2010-05-27 17:23

전국시대 말 진나라가 천하 통일에 박차를 가하고 있을 무렵 진나라에는 백기와 왕전이라는 두 명장이 있었다. 백기는 능란한 임기응변과 기발한 계책으로 가는 곳마다 승리하여 그 명성을 천하에 떨쳤다. 왕전은 풍부한 전투 경험과 노련한 처세술을 앞세워 진시황으로부터 스승 대접을 받으며 6국을 멸망시키고 천하를 통일하는 큰 공을 세웠다.

그러나 백기는 조정 대신과의 불화와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출정을 거부한 채 불만을 터뜨리다 결국은 자결을 강요받는다. 한편 왕전은 명장에 걸맞지 않게 구차하게 일신의 안일만을 추구하며 살다가 주위의 손가락질 속에서 명예롭지 못하게 죽었다.

역사학자 사마천은 <사기>에서 “한 자가 길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더 긴 것과 비교하면 짧고, 한 치가 짧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더 짧은 것과 비교하면 길다”라는 속담으로 두 사람을 간결하게 평가했다. 한 자가 상황에 따라서는 한 치만 못하고, 한 치가 상황에 따라서는 한 자보다 길 수 있다는 말이다. 사람이나 사물에는 이렇듯 장점과 단점이 공존하기 때문에 이를 잘 헤아려 처신하거나 판단해야 실수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남고 넘치는데도 주체할 줄 모르는 사람들과, 한참 모자라는데도 넘친다고 착각하는 사람들투성이다. 자기 능력을 헤아리지 못한 채 아무 데서나 아무렇게 발휘하여 하루가 멀다 하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다.

안타까운 것은 이들에게 나누려고 하는 지혜가 없거나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그릇까지 적고 보니 그 넘치는 꼬락서니가 정말 목불인견(目不忍見)이다. 그래서 넘치는 자보다 조금 모자라는 자가 낫다고 하나 보다.

김영수 중국 전문 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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