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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영수의 사기그릇] 사마천의 길, 인간의 길

등록 2010-11-10 18:28

사마천이 남긴 <사기>(史記)는 인류 역사상 전무후무한 3000년 통사다. 사마천은 당시 자신이 모시던 황제 무제에게 밉보여 사형을 선고받았지만 미처 마치지 못한 <사기>를 완성하기 위해 성기를 잘라내는 ‘궁형’을 자청하고 풀려나는 치욕을 감수했다. 그는 <사기>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던 것이다.

사형을 선고받고 궁형을 자청하여 풀려나기까지 사마천은 3년 가까이 옥에 있었다. 지독한 고문에 몸과 마음은 만신창이가 되었다. 여러 차례 자결을 생각했다. 당시 지식인들이 자신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자결하는 것은 얼마든지 용인되었다. 하지만 사마천은 죽음 대신 수치스러운 궁형을 택했다. <사기>를 완성하기 위해, 아니 <사기>의 내용을 완전히 바꾸기 위해서였다.

사마천은 감옥에 있는 동안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인간이란 존재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시작으로 인간의 행위와 사상에 관한 깊은 통찰을 했다. 그리하여 복잡다단하고 다중적인 인간의 본성과 그 행위에 대해 누구보다 치밀한 분석을 가할 수 있었다. 나아가 보통사람들이 역사를 추진하는 원동력임을 확인했다. 그리하여 <사기>는 지배층 위주가 아닌 수많은 보통사람들의 역사서로 거듭날 수 있었다. <사기>의 진정한 가치는 여기에 있다.

사마천은 스무살 무렵 천하를 유력하며 역사의 현장을 찾아 현지인들은 물론 땅 밑에 잠들어 있는 과거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그러고는 자신의 혼이 담긴 문장을 통해 이들을 불러냈다. <사기>를 읽을 때마다 새삼 발견하게 되는 그 생생함은 바로 이 때문이다. 사마천이 걸었던 길을 걸으면서 새삼 인간의 길을 묻는다. <끝>

중국 전문 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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