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김영수의 사기그릇] 말이 요령을 얻으면

등록 2010-06-09 18:46

사마천의 <사기> 130권을 훑어보면 <골계열전>(滑稽列傳)이라는 아주 특별한 기록을 발견할 수 있다. 쉽게 말해 코미디언들에 관한 이야기인데, 사마천은 역사상 뛰어난 코미디언 몇 사람의 언행을 소개하면서 곳곳에서 ‘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 열전 서문에서 사마천은 “말이 은근하면서 이치에 맞으면 (세상의) 분쟁을 풀 수 있다”는 유명한 대목을 남긴다. 말이 요령을 얻으면 서로의 다툼과 갈등을 해결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같은 말이라도 어떻게 구사하느냐에 따라 서로의 감정이 전혀 다르게 반응할 수 있다. 상대를 해칠 수도 있고, 천냥 빚을 갚을 수도 있다. 진정성이 담긴 말을 매개수단으로 삼아 소통과 화해를 강조한 사마천의 통찰력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이번 선거에서도 많은 말들이 있었다. 대부분 사탕발림과 거짓 그리고 과장이었다. 무엇보다 염려스러운 현상은 사람의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천박한 말들이 마구 쏟아져 나왔다는 것이다. 그것도 이 나라를 이끌어간다고 하는 최고 지도층 인사들과 더 배울 것 없이 많이 배운 지식인들의 입에서 나왔다는 사실이 더 충격적이다. 백성들은 그런 말들을 거침없이 서슴없이 쏟아내는 그들의 입을 보며 또 절망했다.

전설 속 허유(許由)라는 은자는 천하를 자신에게 물려주겠다는 요임금의 제안에 못 들을 소리를 들었다며 냇가로 달려가 귀를 씻었다고 한다. ‘세이’(洗耳)라는 고사의 유래다. 우리 백성들도 못 들을 소리 들었다며 귀를 싹싹 씻으면 그만인데, 정작 그 더러운 입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씻는다고 깨끗해질 것 같지도 않고….

김영수 중국 전문 저술가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