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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영수의 사기그릇] 결단을 내려야 할 때

등록 2010-06-16 18:37

전국시대 식객 3천을 거느리고 초나라 재상을 25년이나 지낸 춘신군이란 인물이 있었다. 당시 초나라 왕 고열왕에게는 자식이 없었다. 왕에게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조나라 출신 이원이란 자도 여동생을 바치려고 했으나 왕의 문제를 알고는 유력자인 춘신군에게 여동생을 바쳤다. 이로써 이원의 동생은 아이를 갖기에 이르렀다. 교활한 이원은 춘신군에게 임신한 여동생을 왕에게 바쳐 영원히 권력을 누리라고 꼬드겼다. 춘신군은 이원의 제안을 덥석 물었다. 고열왕은 원하던 자식(실은 춘신군의 아들)을 얻었고, 이원은 정치에 영향력을 미치기 시작했다.

이제 이원에게 늙은 춘신군은 걸림돌이었다. 이원은 비밀리에 결사대를 길러 춘신군을 제거하기로 한다. 공공연한 비밀이었지만 판단력이 흐려진 춘신군만 모르고 있었다. 춘신군의 문객 주영이 이원의 야욕을 지적했지만, 춘신군은 자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이 이원이라며 듣지 않았다. 화가 자신에게까지 미칠 것을 두려워한 주영은 그길로 달아났다. 얼마 뒤 고열왕이 죽었다. 이원은 서둘러 궁중에 진입하여 결사대를 궁문 안에 매복시켰다. 춘신군도 입궁했지만 기다리고 있던 결사대에게 죽임을 당했다. 춘신군의 머리는 궁문 밖으로 버려졌고, 그 일가도 몰살당했다.

사마천은 늙은 춘신군의 판단력을 지적하면서 “결단을 내려야 할 때 내리지 못하면 그 화가 도리어 자신에게 미친다”는 속담으로 풍운아의 죽음을 안쓰러워했다. 권력 암투의 시기가 시작되었다. 누가 어떤 순간에 올바른 결단을 내리느냐가 승부를 가름할 것이다. 어떤 경기보다 추하면서도 흥미롭겠지만 옥석을 가려내는 일은 어디까지나 백성들의 몫이다.

김영수 중국 전문 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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