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일이 나기 전에는 대개 이런저런 작은 조짐들이 나타난다. 중국 은(殷)나라의 마지막 임금이자 폭군의 대명사인 주(紂)가 상아 젓가락을 사용하자 현인 기자(箕子)는 앞으로 임금의 사치는 진정시킬 수 없을 것이라 예언했다. 상아 젓가락을 사용한 이상 그에 걸맞은 옥잔을 비롯한 각종 기이한 물건들을 사용하려 들 것이고, 다른 쪽도 마찬가지라고 본 것이다. ‘사소한 것에서 장차 드러날 것을 안다’는 ‘견미지저’(見微知著)라는 고사성어의 출처다.
죽은 사람도 살린다는 신의(神醫) 편작(扁鵲)은 삼형제가 모두 의사였다. 어떤 임금이 짓궂게 셋 중 누구의 의술이 가장 뛰어난지 물었다. 편작은 큰형님, 작은형님 그리고 자기가 맨 마지막이라고 답했다. 임금은 그런데 왜 명성은 반대냐고 되묻자 편작은 큰형님은 병이 생기기 전에 예방하고, 작은형님은 병의 초기 단계에 고치고, 자신은 중병 환자만 고치기 때문이라고 했다. 중환자에 대한 처방은 째고, 자르고, 지지는 등 갖은 법석을 떨기 마련이고, 이 때문에 마치 병을 잘 고치는 것처럼 보인다는 의미였다.
병이든 조직이든 나라든 일이 터지기 전에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막상 일이 터진 뒤에 호들갑을 떨며 수습하는 것은 하수나 하는 짓이다. ‘예방의 자질’은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지 않지만 깊은 생각과 남다른 식견 없이는 불가능하다.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조짐들이 심상치 않다. 큰일 나기 전에 철저히 준비해서 미리 막아야 할 때다. 벌여놓은 일은 하루빨리 거두어들이고, 행여 있을지 모를 재난에 대비해야 한다. 예견된 재난을 눈 뜨고 당한다면 그것처럼 어리석고 억울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북상하고 있는 장마가 심상치 않다.
김영수 중국 전문 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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