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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영수의 사기그릇] 기다림의 소중함

등록 2010-06-28 23:33

춘추시대 장강 이남의 강대국 초나라 장왕은 즉위하고 3년이 지나도록 정치는 뒷전으로 물리고 술과 여자에 빠져 살았다. 보다 못한 신하 오거가 왕을 찾아 이런 수수께끼를 냈다.

“3년을 날지도 울지도 않는 새가 있다면 대체 그 새는 어떤 새입니까?”

장왕의 눈빛이 달라지더니 이렇게 말했다.

“3년을 날지도 울지도 않았다면, 날았다 하면 하늘을 찌를 듯이 날 것이고 울었다 하면 세상을 놀라게 할 것이다.”

장왕은 3년을 놀고먹은 것이 아니었다. 주위를 살피면서 기회를 기다렸던 것이다. 때가 되자 장왕은 자신에게 직언한 오거와 소종 등을 발탁하여 개혁에 박차를 가하니 단숨에 천하의 패자가 되었다. ‘날지도 않고 울지도 않는다’는 ‘불비불명’(不飛不鳴)이란 고사성어가 여기서 비롯되었다.

리더는 때를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그 기다림 속에는 늘 상황의 변화를 주시하는 예리한 눈빛이 번득이고 있어야 한다. 준비하지 않는 기다림은 부질없는 시간낭비에 지나지 않는다. 높이 날기 위해 새가 날개를 추스르고, 멀리 뛰기 위해 개구리가 몸을 한껏 움츠리듯 모든 일에는 만반의 준비가 있어야 한다. 성공할 확률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패할 확률을 줄이는 일도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 결국 준비에서 판가름난다.

엄연히 국민의 주권에 속하는 전시작전통제권을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덜컥 연기시켜버린 국군 통수권자의 기막힌 민첩성에 아연실색할 뿐이다. 냉정히 기다리면서 차분히 주변 정세의 변화를 지켜볼 수 없을 정도로 급한 일이었는지, 그 대가로 무엇을 건넸는지 겁이 난다. 이제 이 엄청난 실책에 대한 역사의 준엄한 책임추궁이 기다리고 있다.

김영수 중국 전문 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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