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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영수의 사기그릇] 봉공수법

등록 2010-06-30 20:39

중국 전국시대 권력가들 사이에서는 ‘식객’으로 불리는 유능한 인재들을 자기 밑에 거느리는 풍조가 유행했다. 이들 중 조나라의 평원군, 초나라의 춘신군, 위나라의 신릉군, 제나라의 맹상군이 이른바 ‘4공자’로 불리면서 명성을 떨쳤다. 이들은 적게는 수백에서 많게는 수천명의 식객을 거느렸다. 조나라에 조사(趙奢)라는 세금징수관이 있었다. 권력가 평원군의 집에서 세금을 내지 않자 조사는 평원군 밑에서 일하는 사람 아홉을 법대로 처형해 버렸다. 평원군은 조사를 죽이려 했다. 그러자 조사는 평원군에게 이렇게 말했다.

“당신은 조나라의 귀공자입니다. 그런 당신의 집을 그대로 두고 세금을 내지 않게 한다면 법이 피해를 입게 됩니다. 법이 침범을 당하면 나라가 약해집니다. 나라가 약해지면 제후들이 시비를 걸어 올 것입니다. 제후들이 싸움을 걸어 오면 나라가 없어질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되면 당신이 부귀를 누릴 수 있겠습니까? 당신이 귀한 존재임에도 법에 따라 나라에 세금을 낸다면 위아래 모두가 평안해질 것입니다. 위아래가 평안해지면 나라가 강해질 것입니다. 나라가 강해지면 조나라는 튼튼해집니다. 당신은 귀하신 권력가입니다. 그러니 천하인들 어찌 당신을 가볍게 여길 수 있겠습니까?”

지도층이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당연한 논리이며 기본적인 소양만 갖춘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다. 권세에 기죽지 않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 법을 지키는’ ‘봉공수법’(奉公守法)의 당당한 말단 관리의 모습이 신선한 충격이다.

평원군은 조사를 왕에게 추천했고, 왕은 그에게 국가의 세금을 총괄하는 일을 맡겼다. 물론 그는 일을 잘 해냈다.

김영수 중국 전문 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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