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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영수의 사기그릇] 일낙백금

등록 2010-07-07 23:26

‘미생지신’(尾生之信)이란 고사가 정치판을 달구었던 적이 있다. 약속의 의미와 중요성을 놓고 갑론을박했는데, 이를 보면서 ‘아전인수’(我田引水)란 고사성어도 함께 떠올렸다. 고사의 참뜻은 버린 채 자기들 입맛대로 해석하는 모습이 꼴불견이었기 때문이다.

약속과 관련하여 <사기>에는 ‘황금 100금보다 계포(季布)의 약속 한 번 받아내는 것이 더 값지다’는 ‘일낙백금’(一諾百金)이란 고사성어가 나온다. 사마천은 강직한 성품으로 자신이 한 말에 대한 약속을 목숨보다 중시했던 계포에 대한 열전을 아주 정성들여 기록하고 있다.

계포는 강직한 성품에 걸맞게 황제 앞에서도 당당했다. 한나라 문제(文帝) 때 일이다. 누군가 지방 군수로 있는 계포를 칭찬하자 문제는 그를 중앙으로 불렀다. 그런데 그사이 계포를 시기하는 자들이 그에 대한 험담을 늘어놓았다. 문제는 망설였다. 그러길 한 달, 황궁 근처 숙소를 잡아놓고 이제나저제나 황제의 부름을 기다리고 있던 계포는 한 달이 지나도록 기별이 없자 황제에게 다음과 같은 진언을 올렸다.

폐하께서 한 사람이 칭찬했다고 해서 신을 부르시고, 또 한 사람이 헐뜯었다고 해서 돌려보내려 하시는데, 신이 걱정하는 바는 천하의 현자들이 이 이야기를 듣고 폐하의 식견을 지레짐작하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그런 식으로 이랬다저랬다 함으로써 세상 사람이 황제의 언행을 얕잡아보지나 않을까 걱정이라는 뜻이었다. 황제는 계포의 충고에 몹시 부끄러워했다.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고도 부끄러운 줄 모르고, 올바른 충고에도 자신을 뒤돌아볼 줄 모르는 파렴치한 분위기가 사회 지도층에 팽배해 있어 걱정하는 백성들이 많다.

김영수 중국 전문 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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