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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영수의 사기그릇] 사불문

등록 2010-07-28 20:56

강아무개 국회의원의 설화로 나라가 시끄러운 통에 전 월드컵 대표 감독의 또다른 설화는 그냥 넘어가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 감독님 왈 ‘외국 감독들이 한국 축구를 다 말아먹었다!’ 정말이지 ‘월드컵’ 감독의 발언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속 좁다.

스포츠가 되었건, 기업이 되었건, 나라가 되었건 필요한 인재라면 국적을 따지지 않고 스카우트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은 상식이다. 2600여년 전 춘추시대 진(秦)나라 목공(穆公)이란 지도자는 낙후된 나라를 발전시키기 위해 인재들을 적극 초빙했는데, 국적·신분·민족·나이를 따지지 않는 이른바 ‘사불문’(四不問) 정책으로 쟁쟁한 인재들을 끌어들였다.

이로써 춘추시대 여러 제후국 중 가장 뒤떨어져 있던 진나라는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고, 주변국들은 확 달라진 진나라를 ‘괄목상대’(刮目相對)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외국 감독들이 한국 축구를 위해 무엇을 바꾸어 놓았는지는 축구팬은 물론 거의 모든 국민이 아는 사실이다. 건전한 경쟁을 통한 실력 향상, 학연도 지연도 파벌도 따지지 않고 오로지 실력만으로 선수를 기용하는 열린 코칭, 이런 것들이 아니었던가? 한국 축구계가 정말 못했던 일들이기도 했다.

축구계의 고질적인 병폐를 굳이 지적할 것도 없다. 자신들의 눈에 박힌 대들보는 애써 외면한 채 남 탓만 하는 소아병적 발상이 큰 문제다. 그 감독의 발언이 학연·지연·파벌로 얼룩져 있는 축구계 지도자의 일그러진 자화상을 대변하는 것 같아 씁쓸할 따름이다. 진 목공의 ‘사불문’이 가져다준 엄청난 결과를 들이밀어도 이들의 삐뚤어진 인식을 바로잡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마음이 무겁다. 말이 그 사람을 말해주니까.

김영수 중국 전문 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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