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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영수의 사기그릇] 역사의 회한

등록 2010-08-09 22:40

2000여년 전 중국 역사에서 벌어진 가장 극적인 장면은 항우와 유방의 초한쟁패였다. 모든 면에서 절대열세였던 유방은 끊임없이 얻어터지고 또 얻어터졌지만 그때마다 오뚝이처럼 일어서서 끝내는 대역전극을 일구어냈다. 항우는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약 80년 전 중국 공산당의 대장정은 초한쟁패의 재연이었다. 장제스(장개석)은 미국 등 서방 열강의 막강한 무기 지원을 받아 공산당 토벌에 나섰다. 속된 말로 한 주먹 거리도 안 되는 공산당 세력을 마치 해충을 박멸하듯 무자비하게 토벌했지만 결과는 중국 대륙을 공산당에게 내준 채 대만으로 쫓겨갔다.

역사는 비슷한 상황이 두 번 재연된다고 한다. 한 번은 비극으로 한 번은 희극으로. 하지만 어느 쪽으로 재연되든 상대가 존재하는 한 결과는 마찬가지다. 내게 희극이면 상대에게는 비극이고, 내게 비극이면 상대에게는 희극이 되기에.

유방과 항우의 초한쟁패의 생생한 현장 보고서와 같은 <사기> ‘항우본기’와 ‘고조본기’를 읽을 때면 중국 근대사의 대미를 장식하는 대장정이 절로 연상되면서 역사가 2000년을 뛰어넘어 이렇게도 반복되는구나 하는 회한에 잠기곤 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대장정을 이끈 마오쩌둥(모택동)이 끊임없이 쫓겨다니는 와중에도 늘 <사기>를 곁에 두고 읽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장제스의 곁에는 어떤 책이 있었을까? 두 사람 모두 독서를 즐겼다고 하는데 각자의 독서 취향은 달랐던 것 같다.

연일 더위가 몸과 마음을 처지게 한다. 유례없는 이 더위를 역사책을 읽으며 극복하는 것도 피서의 한 방법이 아닐까? 이 여름 우리 지도자들은 어떤 책을 읽으며 더위를 나고 있을까?

2010년 8월6일 오전 중국 공산당 혁명성지 옌안(연안)으로 가는 열차에서.

김영수 중국 전문 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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