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세월 왕조체제를 경험한 중국과 우리 통치자들은 세 가지 통치 방식으로 나라를 다스려 왔다. 덕치(德治)와 인치(人治), 법치(法治)가 그것이다. 이를 통치의 세 바퀴 또는 세 발이라 할 수 있다. 이 세 방식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며 굴러가거나 정립(鼎立)하면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마는 통치자와 지배층은 이를 자기 입맛대로 이용하기에 급급했다. 명문으로 번듯하게 정리되어 있는 법전을 두고도 늘 덕치와 인치 사이에서 널뛰기해 왔다는 말이다. 그 결과 법은 유명무실해졌고, 백성들은 그 법 아래에서 신음해 왔다. 백성들은 법을 지키기는커녕 법을 비웃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통치행태가 왕조체제가 끝난 지 100년이 훨씬 넘었음에도 청산되지 않고 있다는 현실이다. 문제의 핵심은 통치자나 지배층의 법치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천박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데 있다. 모든 통치방식을 개인이나 패거리의 이익을 위해 거리낌없이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치의 관건은 법의 알파이자 오메가라 할 수 있는 공평(公平)과 공정(公正)이 얼마나 제대로 지켜지느냐에 있다. 법을 만들고 집행하고 이를 가지고 나라를 통치하는 지금 우리 지배층에게 이 공평과 공정이란 잣대를 들이댔을 때 당당할 수 있는 자가 얼마나 될까?
통치의 세 바퀴 중에서 우리 현실에서 가장 큰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것은 ‘인치’다. ‘인치’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지연·학연·혈연 따위에 통치를 기대려는 덜떨어진 패거리 의식을 꼽을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이번 개각은 ‘인치’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우리의 정치가 아직도 왕조체제의 통치수준에 머무르고 있음을 씁쓸하게 확인하게 된다.
김영수 중국 전문 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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