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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영수의 사기그릇] 덕치, 인치, 법치 2

등록 2010-08-18 20:45

통치의 핵심인 ‘법치’(法治)를 두고도 우리 통치자들은 ‘인치’(人治)와 ‘덕치’(德治)를 마치 무슨 선심 쓰듯 원칙도 기준도 없이 행사해왔다. 인치는 자신에게 충성하(려)는 자들을 위한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덕치는 통치자 자신의 이미지 제고를 위해 행사했던 것이다.

덕치를 대표하는 통치 행위가 이른바 (특별)사면이란 것인데, 얼핏 보면 법치의 문제점을 보완해주는 차원 높은 통치술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심하게 말해 법대로 집행하지 않고, 법에 따라 통치하지 않으려는 오만한 통치 행태나 다름없다. 덕치라는 허울 좋은 명분을 내세워 인정주의에 입각한 인치를 마음 놓고 자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덕치와 인치는 법치를 교란하는 장치들이었다. 문제는 법치가 제대로 작동해야 인치와 덕치도 의미를 갖는다는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지금 우리의 통치체계는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총체적 난맥상에 빠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국시대 진나라의 법전을 철저하게 정비하여 전면 개혁에 나섰던 중국 역사상 최고의 개혁가 상앙은 “법이 지켜지지 않는 것은 위에서부터 법을 어기기 때문이다”(법지불행자상범야 法之不行自上犯也)라고 일갈했다.

이번 8·15 특별사면의 내용을 보면서 우리 통치의 수준에 대해 참담한 심경을 금할 길 없다. 백성들을 위한 사면이 파렴치한 범죄를 저지른 사회 지도층에게 특혜적으로 베풀어지는 행태를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나. 더 화가 나는 것은 이런 말도 안 되는 특별사면이 하필이면 3월1일이나 8월15일처럼 정말 가슴속에 깊이 새겨야 할 날에 저질러진다는 사실이다.

김영수 중국 전문 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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