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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영수의 사기그릇] 여희(驪姬)의 어리석은 과욕

등록 2010-08-23 18:37수정 2010-08-23 22:31

춘추시대 지금의 산서성 지역에 자리잡은 강국 진(晉) 헌공(獻公)에게는 네 명의 부인이 있었다. 첫 부인에게서 태자를 낳는 등 부인들에게서 각각 하나씩 네 아들을 얻었다. 첫 부인은 일찍 세상을 떴고, 넷째 부인인 여희가 헌공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았다.

나이가 들면서 판단력이 흐려진 헌공은 젊은 여희와 어린 아들 해제(奚齊)에게 마음이 쏠려 태자를 폐하고 해제를 태자로 삼겠노라 약속했다. 여희는 헌공의 약속에도 불구하고 측근들과 음모를 꾸며 태자를 변방으로 내친 다음 결국 자살하게 만들었다. 둘째 아들인 중이(重耳)와 셋째 아들 이오(夷吾)는 젊은 첩에 홀려 태자를 죽게 만든 아버지의 노망과 여희의 마수를 피해 다른 나라로 망명했다.

여희는 잠재적 대권 후보들을 완전하게 제거하지는 못했지만 자기 아들을 후계자로 삼을 수 있게 되었다며 기뻐했다. 중병에 걸린 헌공은 혹여 대신들이 어린 아들 해제를 후계자로 인정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다 죽었고, 충성스러운 대신 순식(旬息)의 노력으로 해제가 헌공의 뒤를 이었다.

그러나 어린 해제가 즉위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대신 이극(里克)이 해제를 죽였고, 바로 이어 즉위한 해제의 동생마저 살해했다. 순식은 자살했고, 야심만만했던 여희도 저잣거리로 끌려나와 채찍에 맞아 죽었다.

여희는 자신과 측근들이 꾸민 모략이 자신의 두 아들과 자신을 해치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줄 몰랐다. 그녀는 오로지 최고 권력자의 총애만 얻으면 다 되는 줄 알았다. 정치적 동반자가 없고, 백성의 지지가 없으면 실패도 그만큼 빨리 닥친다는 아주 평범한 이치를 몰랐거나 망각했기 때문이었다. 민심이 정권의 향방을 결정한다.

김영수 중국 전문 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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