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김영수의 사기그릇] 지도층의 가치

등록 2010-09-01 18:54

전국시대 말기 조나라 효성왕 때의 실세 조 태후는 작은아들 장안군을 끔찍이도 아꼈다. 당시 막강한 진나라는 수시로 조나라를 공격했고, 견디다 못한 조나라는 제나라에 구원을 애걸했다. 제나라는 그 대가로 장안군을 인질로 요구했다. 조 태후가 이 요구를 들어줄 리 만무였다. 조정 대신들은 전전긍긍했다. 노신 촉룡이 태후를 찾았다. 촉룡은 인질 이야기 대신 열다섯살 난 자신의 어린 아들을 태후에게 간곡히 부탁했다. 촉룡의 간곡한 요청에 태후는 남자가 어찌 그렇게도 어린 자식을 아끼냐며 의아해했다. 이에 촉룡은 태후가 장안군보다 따님인 연후를 더 아끼는 것 같다며 화제를 돌렸다. 태후는 장안군에 대한 자신의 사랑은 세상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다고 했다.

촉룡은 부모란 대개 자식의 미래를 위해 걱정하고 이런저런 대비를 해주는데 딸과 외손자의 장래를 걱정하는 것을 보면 분명 장안군에 대한 사랑보다 더 깊다며 수긍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촉룡은 조나라 왕의 자식들이 제대로 왕위를 잇지 못한 과거사를 끄집어내면서 다른 나라에는 이런 경우가 없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그런 다음 촉룡은 장안군이 고귀한 신분과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나라를 위해 공을 세운 바 없으니 태후가 죽고 나면 무엇으로 자신의 존재가치를 인정받을 것이냐고 되물었다. 태후의 자식 사랑법이 결국은 자신에게 화를 가져다줄 것이라는 말과 함께. 이에 태후는 식은땀을 흘리며 장안군을 제나라 인질로 보내는 일을 허락했다.

한 나라를 이끄는 지도층의 값어치는 백성과 나라를 위해 어떤 공을 세우고 얼마나 좋은 일을 많이 했느냐로 매기는 법이다. 그것이 없으면 아무리 잘났어도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김영수 중국 전문 저술가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