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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영수의 사기그릇] 관중의 품인록(品人錄) 1

등록 2010-09-27 18:35

‘관포지교’의 주인공 관중은 사람을 제대로 알아보는 혜안의 소유자였다. 포숙이 자신에게 돌아올 재상 자리를 관중에게 기꺼이 양보한 것도 관중의 이런 ‘식인’(識人) 내지 ‘품인’(品人) 능력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관중은 이런 식견을 바탕으로 엄격하게 공사를 구분하며 일했다. 공사 구분의 원칙은 죽는 순간까지 조금도 흔들림이 없었다. 약 40년 동안 환공을 보필하며 제나라를 당시 최강국으로 키운 관중이 중병이 들었다. 환공이 병문안을 와서 후계자 문제를 상의했다.

환공은 관중이 당연히 포숙을 추천할 줄 알았다. 자신의 자리를 관중에게 양보한 훌륭한 인품에다 관중과는 둘도 없는 친구였으니 말이다. 그러나 뜻밖에 관중은 포숙이 아닌 습붕을 추천했다.

누구보다 놀란 사람은 환공이었다. 환공은 ‘포숙은?’을 반복했다. 이에 관중은 이렇게 말했다.

“포숙의 재능이야 재상 자리를 감당하고도 남지요. 하지만 성격이 너무 강직하고 고상하여 변통을 잘 모릅니다. 한 나라의 재상은 도량이 넓어 원만해야 합니다. 포숙의 강직한 성품으로는 감당하기 힘듭니다.”

이를 들은 간신배 하나가 쪼르르 포숙에게 달려가 관중이 어떻게 그럴 수 있냐며 두 사람을 이간질했다. 그러자 포숙은 “내가 사람 하나는 잘 보았다. 바로 그렇게 하라고 내가 관중을 추천한 것이야”라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우정의 최고 경지를 ‘지음’(知音)이라 한다. 친구가 연주하는 악기 소리만 듣고도 친구의 심경을 헤아릴 수 있다는 뜻이다. 두 사람은 정말이지 ‘지음’의 경지를 공유했다. 관중이 ‘날 낳아주신 것은 부모지만 날 알아준 사람은 포숙이다’라고 한 것도 같은 뜻이다.

김영수 중국 전문 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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