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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영수의 사기그릇] 문제의 유언

등록 2010-10-20 20:00

허심탄회하게 전국 각지의 여론을 수렴하라면서 상고시대 궁궐 앞에 세워두었던 ‘비방목’을 언급했던 한나라 문제의 정치철학은 백성을 아끼고 민심을 우선한다는 것이었다. 다음은 전국 각지에 내렸던 문제의 여론수렴령이다. “각지에 이 명령이 내려가면 짐의 과실은 물론 지혜, 식견, 생각이 미치지 못했던 점들을 깊이 생각하여 짐에게 알려줄 것이며, 재주와 덕이 뛰어나고 직언할 수 있는 인재를 발탁하여 짐의 모자란 점을 바로잡아주기 바란다.”

이런 철학은 정책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었다. 천지신에게 제사를 지내면서 백성들은 놔두고 황제의 복만 비는 행위를 중지시킨 일이나, 백성에게 조금이라도 불편한 일이 있으면 바로 없애서 백성을 이롭게 하는 원스톱 서비스 행정의 실현 등이 그런 것들이었다.

백성을 아끼는 문제의 마음은 그가 죽기 전에 남긴 유언에도 고스란히 나타나 있다. 그는 천하 만물 중에 죽지 않는 것이 어디 있냐며 “죽음이란 천지의 이치요 생명체의 자연스러움이니 짐의 죽음이라고 해서 어찌 유별나게 슬프겠는가!”라고 유언의 말문을 열었다. 그러고는 자신의 장례 때문에 백성의 생업에 지장이 가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할 것을 신신당부하면서 3일장을 명령했다. 아마 3일장의 효시가 아닌가 싶다. 간편한 상복과 간소한 곡을 부탁했고, 심지어 장례 기간에 백성들이 제사를 지내거나 혼례를 치르거나 고기를 먹는 것 등을 금지시키지 않도록 했다. 매장이 끝나면 후궁 중 부인 이하 등급은 모두 집으로 돌려보내 정상적인 생활인이 되게 했다.

죽음 뒤에 찾아올 역사적 평가가 두렵다면 지금부터라도 차분히 유언을 준비해두어야 할 터이다. 역사는 그 유언마저 평가할 것이다. 중국 전문 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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