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인의 낮은 목소리
진나리
대학원 박사과정
저는 북에서 왔습니다. 그래서 많은 것을 배워야 했습니다. 그중에 아직도 적응이 안 되는 것이 있다면 바로 ‘관계’이고 다른 말로 표현하면 ‘인맥’입니다.
처음 ‘관계’에 대해 의문을 가졌던 것은 대학원에 입학할 때입니다. 그때 나는 면접 때 어떤 질문이 나올지 몰라 전전긍긍하였고, 입학 동기 등의 질문에 대답을 준비하고자 많은 노력을 하였습니다. 합격 후 대학원 선배와 동기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저는 한 동기의 이야기에 귀를 의심했습니다. 그는 아주 자랑스럽게 입학 동기를 물어보시는 교수님께, ‘이 학교 동문들과의 인맥을 쌓기 위해서’라고 이야기를 하였다고 했습니다. 아니 학문의 최고 전당에 오는데, 공부를 잘하겠다가 아니라 ‘인맥’이라니? 당시의 나의 머리로는 그 동기의 말이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주변의 많은 선배와 동기들이 그의 이야기에 맞장구를 치며 즐거워하고 있었습니다. 이후로 저는 그 동기가 가까이 오거나 말을 걸어오면 일부러 ‘피하거나 못 들은 척’을 하면서 대학원 과정을 보냈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살면서 사회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나름 주변과 잘 어울리고 함께 이야기하면서 같이 무언가 잘 해오고 있다고 자부해왔습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관계’라는 용어는 가까이하기에 어려운 그 무엇입니다. 모임이나, 회의, 세미나 등에 참석하여 명함을 주고받으면서 인사를 나누고 안부를 묻고 전하는 모습들은 나에게 너무나도 먼 남의 일입니다. 가끔은 ‘그래 나는 여자이니까’ 하면서 스스로를 구속 아닌 단속을 한 경향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길고 길었던 공부를 끝내고 일을 시작하고 멀게만 느껴지고 내 일이 아닌 것 같았던 ‘관계’가 필요함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습니다. 누군가를 만나야 하고, 참여를 해야 하고, 또 같이 무언가를 구상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과정은 수많은 ‘관계’를 요구하고 잘 맺은 ‘관계’ 하나가 막혔던 난제를 해결해주고 있었습니다. 이제 저에게 ‘관계’는 ‘피하거나 못 들은 척’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지금에 와서야 그 동기의 이야기 그리고 그 이야기에 맞장구치던 많은 선배들, 동기들의 모습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관계’를 대하는 저의 모습은 굉장히 소극적이고 아직까지는 마지못해 하고 있습니다. ‘관계’는 저에게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르라’는 문구를 떠오르게 하는 용어입니다. 좀더 적극적인 자세로 ‘관계’를 만들어가는 나 자신이 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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