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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이슈논쟁] 선심성 공약·실패한 국책사업 되풀이할 건가 / 허희영

등록 2019-03-04 18:16수정 2019-03-04 19:23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항공경영학

강릉과 속초 중간 지점의 양양공항은 늘 한적하다. 주변에 산이 없고 안개가 거의 없는 이 지역은 결항이 잦던 속초공항과 착륙 시설이 취약한 강릉공항의 이용객을 한시간 거리에서 흡수할 최적의 후보지였다. 놀랍게도 2002년 개항을 하자 하루에도 수차례씩 두 공항을 오가던 정기편의 여객들이 사라졌다. 새로 지어진 신공항 대신 승용차와 버스로 여행객들이 옮겨간 것이다. 2007년 무안에도 광주공항을 대체할 국제공항이 들어섰다. 그런데 개항 뒤에도 광주공항은 폐쇄되지 않았다. 같은 지역이지만 한참을 가야 하는 무안공항보다는 도심에서 가까운 광주공항을 지역민이 더 원했기 때문이다.

이들 공항은 지금 모두 적자운영 중이다. 전국을 촘촘히 엮는 도로망, 언제든지 수도권을 연결하는 고속철도망을 쉽게 접하는 여행자들이 공항의 접근성에 얼마나 민감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완공하고 개항조차 못해 비행교육훈련원으로 전락한 울진공항, 사업 중단으로 채소밭이 된 김제공항의 경우도 있다. 모두 2000년대 들어 실패한 국책사업들이다. 왜 실패했는가? 선거철마다 노골화하는 지역이기주의와 선심공약 때문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건설하고 운영까지 해주는 현실에서 지방 공항은 언제나 매력있는 공약의 표적이 된다. 2020년 총선이 다가오고 있다. 부·울·경 지역에서는 김해신공항 후보지에 대한 철회 요구가 거세다. 무엇이 오해이고 진실은 무엇인가. 쟁점은 몇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관문공항이 되려면 활주로가 더 길어야 하고 24시간 운영이 가능해야만 할까. 신공항의 활주로가 짧아 대형 항공기의 장거리 취항이 어렵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계획된 3.2㎞의 활주로 길이는 대형 여객기의 취항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초대형 여객기 A380이 취항하는 맨체스터, 뒤셀도르프공항의 활주로는 3.1㎞를 넘지 않는다. 일본의 하네다공항의 활주로는 3.0㎞에 불과하다. 세계적으로 대도시의 관문공항들은 대부분 심야에 운항이 통제된다. 런던의 히스로, 파리의 샤를 드골,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일본의 나리타, 오스트레일리아의 시드니 공항들이 모두 그러하다. 24시간 운영되는 인천공항의 이용 실태는 어떠할까. 심야에 뜨고 내리는 비행기는 화물기가 대부분이다. 자정부터 새벽 5시 사이에 도착하는 여객도 새벽 4시 이후에 집중된다. 전체 여객의 4%대에 불과한 이들 심야 손님은 대중교통의 개시 때까지 공항에서 대기해야 한다.

둘째, 안전성에 문제가 있을까. 유독 김해신공항에만 존재하는 위험성이란 없다. 신설될 활주로에 비행기가 착륙하게 되면 산악 장애물과 고층 아파트에 충돌할 위험이 증가한다는 우려는 항공기가 하늘에서 뚝 떨어질 위험이 없느냐는 질문과 다르지 않다. “갑자기 도로 밖으로 튕겨 나갈 위험이 있는데 고속도로에서 운전은 어떻게 하나?” 김해신공항 기본계획을 살펴보고 주변 장애물, 정밀계기 착륙 시설, 비행 절차 등의 검토를 끝낸 운항 전문가의 말이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기준을 충족한 비행 절차의 수립과 충돌위험 방지를 위한 안전공간의 확보, 위치정보가 사용되는 정밀착륙장치, 그리고 정해진 항로를 비행하고 관제 지시에 충실한 조종사의 항로 준수만으로 안전은 확보된다.

셋째, 신공항이 건설되면 소음 피해는 더 늘어날까. 지역 주민들이 가장 우려하는 이 질문에 대한 전문가들의 대답은 ‘아니요’다. 현재와 다른 활주로 배치와 항로 변경으로 해당 지역의 소음은 오히려 줄어든다. 국토교통부는 소음영향분석을 통해 70웨클 이상 소음의 영향을 받는 가옥의 수가 현재의 5086채에서 2732채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활주로가 브이(V) 자 형태로 변경됨에 따라 이착륙 항로가 변경되고 운항 횟수가 분산되어 소음 영향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경남발전연구원의 연구 결과와는 정반대다. 누구 말이 맞을까. 예상 항로를 비행하면서 인근 지역마다 소음을 측정하면 확인되는 일이다. 대형 여객기의 퇴조 추세와 소음이 6~12% 감소된 차세대 항공기의 취항도 향후 소음문제 해결에 기여할 것이다.

끝으로, 신공항의 여객 처리 능력 부족 우려에 대한 답은 지난해 12월 국토부가 제시한 기본계획에 나와 있다. 김해신공항의 2056년 추정여객은 2925만명, 수용력은 3800만명으로 설계된다. 수요 증가에 따라 확보된 부지에 인천공항처럼 단계적으로 확장하면 된다. 계획상으로만 보면 과도한 투자가 우려될 수준이다. 수용력과 확장성은 문제가 되지 않는 이유다.

문제의 원점으로 되돌아가보자. 애초 동남권신공항은 김해공항 북쪽의 신어산과 돗대산으로 인한 사고 가능성을 줄이고 김해공항의 수용력 확장을 위한 논의로 시작됐다. 공항은 크게 잘 지어놓는다고 고객이 찾아오지 않는다. 유치만 하면 선수단과 관객이 몰려오는 올림픽과는 다르다. 공항의 성패는 여러 교통수단을 비교해서 선택하는 고객이 결정한다. 고객의 니즈보다 공급자 입장에서 건설되었던 지방 공항들의 실패는 그래서 좋은 반면교사다. 2016년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이 선정한 신공항 입지에 대한 백지화 요구로 당시 5개 광역자치단체가 합의한 ‘신사협정’까지 파기된다면 엄청난 정책 혼란과 사회적 비용이 초래될 것이다. 처음부터 다시 사전타당성조사와 예비타당성조사를 거쳐 새로운 후보지를 찾아야 한다. 최소 3년이 넘을 긴 여정에서 더 좋은 후보지를 끝내 찾지 못한다면, 그 피해는 누구에게 돌아갈까.

<이슈논쟁> 지역 신공항 건설

지역 신공항 건설을 둘러싼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현 김해공항의 활주로 옆에 활주로 1개와 국제선 청사를 추가해 2026년까지 확장된 김해신공항을 연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지방선거 뒤 만들어진 부산·울산·경남 쪽 검증단은 국토부의 안대로는 24시간 관문공항이 어렵다며 백지화를 요구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13일 문재인 대통령이 김해신공항 건설의 기본계획안을 국무총리실에서 검증하겠다고 발언한 뒤로 파장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제대로 된 지역 신공항 건설 추진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최치국 (협)한국정책공헌연구원 원장과 또 다른 선심성 공약으로 신공항이 추진되어서는 안 된다는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항공경영학)의 글을 나란히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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