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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이슈논쟁] 정부 주도로 성장 이끈다는 만용을 버려야 / 이한상

등록 2019-05-27 17:33수정 2019-05-28 14:07

이한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문제는 ‘경제철학과 실행 프로그램이 부실하다’로 요약된다. 지난 2년간 소년만화적 정의감과 정치적 올바름으로, 지지자 감성에만 소구하는 쉬운 반시장적 정책들이 양산됐다. 공기업 정규직화로 청년 신규 채용이 줄고,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초과근무 금지로 자영업과 소형 제조업 일자리가 줄었다. 부동산 정책은 거래 실종을 불렀으며, 보장성 강화로 특진비를 없애 중소병원이 고사 위기에 처했다. 사고가 많으니 작업장에서 사다리를 없애라는 고용노동부의 조처는 그 절정이었다. 경제가 망하지는 않았지만, 피로도는 급격히 높아졌다. 경제철학과 운용의 근본적 방향 전환이 요구된다.

우선 정부의 역할과 활동의 경계가 명확해야 한다. 비효율적인 20세기형 산업정책을 중단하고, 네트워크와 정보기술혁명이 촉발하는 현재 및 미래 노동소득 감소 충격을 어떻게 완화할 것인지에 산업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금융정책과 금융감독을 분리해야 한다. 그래야 금융시장의 산업구조조정 기능이 살아나고, 규제완화를 통해 금융이 산업으로서 일자리를 창출한다. 확장적 재정정책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문제는 재원을 효과적으로 쓸 프로그램이 있느냐는 우려다.

어디에 돈을 쓸 것인가. 정부의 기본 역할은 안전과 기회의 보장이다. 생애주기 전반에 자아실현과 사회기여 기회를 극대화하고, 개인적 실패 경험이 사회의 자산으로 축적되도록 교육, 복지, 안전망 구축, 복지친화적 사회간접자본 건설에 힘써야 한다. 당장의 적자재정은 필요악이지만, 결국은 세율 인상과 세제 개편을 논의해야 한다. 세율 인상에 반대하는 국민 대다수를 설득하려면 공공서비스의 혜택과 효율적 집행을 온 국민이 체감해야 한다. 이를 위해 현재의 공공부문의 기능과 역할을 산업진흥과 규제에서 공공서비스와 데이터 제공으로 환골탈태시켜야 한다.

정부가 주도해 성장을 이끌 수 있다는 만용을 버려야 한다. 이 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의 핵심 보검인 최저임금 인상을 혹자는 케인스주의로 묘사한다. 틀렸다. 케인스식 재정확장은 경기변동 대처법이지 성장론이 아니다. 케인스는 정부 돈을 쓰자고 했지 민간 돈을 재분배하자고 한 바 없다. 최저임금 인상에 예견된 여러 부작용을 막기 위해 결국 임대차보호법, 일자리안정자금, 카드가맹점 수수료 인하, 제로페이, 세액공제, 부가가치세 조정까지 동원됐다. 그러나 분배가 뚜렷하게 개선된 근거는 없고, 불필요한 이념논쟁만 촉발되었다. 정책치곤 최하수다. 설상가상 갈등 해결의 주체여야 할 정부와 여당은 정치적 편가르기를 즐겼다. 노동자와 자영업자를 최저임금으로 싸움 붙이더니, 자영업자의 비명에 이제는 자영업자도 우리 편이고 건물주와 유통기업이 진짜 적폐라고 한다. 너도나도 정부를 향해 내가 약자라고 목청 높이는 가운데, 정작 조직화되지 않은 진짜 약자들은 변방으로 밀려나고 있다.

정부는 어떻게 성장을 도울 수 있는가? 성장은 새로운 일자리며 이는 산업의 신규 진입자 몫이다. 그래서 혁신성장이 중요하다. 왜 우리는 신규 진입자가 없을까? 비효율적 금융으로 좋은 아이디어가 큰 사업으로 크지 못하는 것이 첫째 이유다. 더 중요한 둘째 이유는 관료들이 촘촘히 짠 규제 그물망을 통해 규제 대상 기업들과 퇴임 후를 거래하며 신규 진입자를 방해하는 경제 구조다. 결국 징벌적 배상과 집단소송을 위한 증거개시절차 등을 도입하고 네거티브 규제로 전면 전환하여 관료 체제의 규제 독점을 타파하는 것이 혁신의 근간이다. 동시에 지배구조 선진화와 공정한 경쟁 보장을 위한 핵심적 법규도 보완되어야 한다. 이렇듯 정부는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공공부문 개혁에 두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정부의 예산 조직 활동을 전면적으로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규제로 지대를 추구하는 관료와 부처는 예산과 인원을 차단해 고사시켜야 한다. 현장에서 국민에게 직접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분야에는 자원 투입을 늘려야 한다. 늘어난 복지 혜택의 경험적 증거를 통해 국민에게 세제개편을 통한 복지국가의 미래를 진지하게 설득해야 한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경제 리더십을 시장의 경험과 디테일에 강한 전문가들로 전면 교체해야 한다. 실사구시 없는 시장 개입에 헛된 힘을 쓰면서, 정작 중요하고 어려운 법제도 개정, 규제 개혁, 투명성 강화에는 놀랄 만큼 무심한 현재의 행태는 직무유기다. 개인의 이기심과 향상심, 시장의 가격기능을 무시하고, 시장 참여자들을 피아로 구분해 적폐 딱지를 붙여 부질없는 이념논쟁을 부추기지 말라. 시장 실패에 대응하고 야수와 같은 자본을 제어하려면 시장과 친해야 한다. 진짜 문제는 친시장이 아닌 친산업, 친기업 행보다. 대통령이 국제회계기준을 훼손하는 지시를 내리고 판결을 앞둔 피의자와 악수하도록 보좌한 것은 경제팀의 수치다. 사내유보금, 외국인 배당금이 너무 많다는 반자본주의적 국수주의적 철부지 취향을 버리고, 괴물 같은 네트워크 자본주의와 기술 특이점이 파괴할 일자리와 노동의 몫을 어떻게 성장친화적으로 지킬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하라. 그것이 한때 자본론으로 인간과 노동의 가치를 공부했다는 세대의 책임 있는 행동이다. 재벌과 민주노총, 공공부문이라는 철의 삼각동맹을 시장친화적으로 혁신해 숨죽이며 그림자로 사는 대한민국 7할 국민을 위한 경제를 건설하라. 민초들의 명령이다.

[이슈논쟁]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 2년

지난 9일로 문재인 정부 출범 2년을 맞으면서, 분야별 정책평가와 함께 남은 집권 기간에 주력할 정책과제에 대한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 집권 초기부터 뜨거운 공방을 불렀던 현 정부의 경제정책도 역시 도마에 올랐다. 현 정부는 출범 이후 소득주도성장과 일자리 중심 경제, 혁신성장, 공정경제 등 네바퀴를 주축으로 경제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아직 경제분야에서 이렇다 할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논쟁은 한층 뜨겁게 달아오른 상태다. 일부는 소득주도성장이라는 ‘간판 정책’의 한계를 강조하는가 하면, 또다른 쪽에선 구체적인 실행계획 및 집행이 미흡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한다. 박복영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와 이한상 고려대 경영대 교수가 보내온 중간 평가를 나란히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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