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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이슈논쟁] 불평등 개선, 그 자체가 성장의 디딤돌이다 / 박복영

등록 2019-05-27 17:33수정 2019-05-28 14:03

박복영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경제학)

문재인 정부 2년 동안 성장률은 각각 3.1%와 2.7%를 기록했다. 평균하면 2.9%이니 지난 정부와 비슷한 성적표다. 고용지표를 보면 고용률은 66.6%로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하지만 실업률은 약간 올라갔다. 일자리가 제법 늘기는 했지만 일을 새로 시작하고 싶은 사람들이 원하는 만큼 늘지는 않았다는 뜻이다. 그런데 정부 성과를 평가할 때 흔히 이런 지표들을 동원하지만 사실 큰 의미는 없다. 왜냐하면 이 지표들은 구조적 요인이나 대외 요인으로 대부분 결정되기 때문이다. 소득증가와 인구구조 변화로 잠재성장률은 오래전부터 2%대로 떨어졌다. 한편 중기적으로는 미·중 경기, 반도체 가격같이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글로벌 요인이 성장률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그러고 나면 정책의 효과는 기껏해야 10~20%다.

일부에서는 이번 정부가 경제를 망친 것처럼 얘기하지만 그렇지 않다. 성장률은 장기 추세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2017년은 세계경기가 좋아 비교적 선방했고 2018년 하반기부터는 반대로 세계경기와 무역전쟁 악화로 성장률이 떨어지고 있을 뿐이다. 일자리 증가폭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하지만, 생산인구 감소와 세계경기 둔화로 인한 제조업 부진 탓이 크다. 최저임금 인상률이 지나치게 높았던 것은 분명하지만 결정적 영향은 아니었다. 자영업에 타격을 주었지만 민간소비를 떠받치는 효과도 있었다. 30~40대 취업자가 크게 줄었다는 비판도 있지만 이 연령대 인구가 25만여명 감소한 것이 큰 원인이다. 30대 고용률은 오히려 늘었다. 물론 조선업과 자동차 산업에서 일자리를 잃은 이들도 많다.

정부 정책을 평가할 때는 이런 경기민감 지표보다는 정부가 지향하는 장기 정책방향을 평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번 정부는 심화되는 경제 불평등을 가장 우려했고 그것의 시정이 성장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소득주도성장을 들고나왔다. 쉽게 와닿지 않는 개념, 그리고 지나치게 의욕적인 최저임금 인상으로 이 정책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또한 소위 혁신성장 정책이 제대로 뒷받침되지 못하면서 소득주도성장이 경제정책의 모두인 것처럼 오해되기도 했다.

하지만 포용적 성장을 지향한 것은 올바른 방향이었으며, 불평등에 대한 국민이나 정치권의 인식도 크게 바뀌었다. 경제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대기업 성장과 수출의 낙수효과가 크게 줄면서, 새로운 성장모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는 20여년 전부터 있었다. 그렇지만 제대로 된 시도는 없었는데, 이번 정부가 그나마 그것을 시도한 것이다. 앞으로 어느 정부가 들어서도 불평등과 포용이라는 화두를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현 정부의 이런 정책에도 불구하고 고령화 등과 겹쳐 가구단위 분배지표는 여전히 악화되고 있다. 저임금 노동 비중, 대-중소기업 간 임금격차, 장시간 노동 비중 등이 줄어든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불평등의 개선은 그 자체가 하나의 가치이고 또 성장의 디딤돌이지만, 기존 산업의 혁신과 새로운 산업의 성장을 유도하는 것 또한 하나의 과제다. 우리 경제를 이끌어온 전통 제조업은 활력을 잃고 있다. 중국의 추격은 턱밑까지 왔지만 새로운 산업의 모습은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지난 20여년간 기업과 정부는 중국 시장 효과에 안주하여 대응을 게을리했다. 이번 정부도 이 점에서 결코 후한 점수를 받을 수 없다. 혁신성장과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한다며 대통령 소속 위원회를 만들었지만, 애초부터 권한과 책임이 없는 위원회로 될 일이 아니었다. 산업정책 방식도 바뀐 것이 없었다. 여전히 정부가 전략산업을 지정하고 정책자금을 쏟아붓는 식이다. 그 자금이 성과를 냈는지 목표로 한 산업은 정말 성장하는지 아무런 평가가 없다. 산업정책 4.0이 필요한 시대에 여전히 2.0의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장기적 시각에서 혁신 친화적 제도와 환경을 만드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산업 육성을 위한 정부의 새로운 개입방식을 찾지 못한 채 단기성과에 집착한다면 소위 혁신성장도 대기업 투자에 기대는 낡은 방식으로 끝날 수 있다. 녹색성장이 4대강 사업과 해외 유전 투자로 끝나고, 창조경제가 창조경제혁신센터 몇개 만드는 것으로 끝난 것도 비슷한 이유 때문이었다.

아이디어 기반의 융합 산업을 키우려면 교육개혁, 자본시장 개혁, 이해관계자 타협 모델 구축, 노동시장 개혁 같은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어느 하나 쉬운 것이 없다. 그래서 잘 다듬어진 실행계획이 없으면 성과를 내기 어렵다. 몇차례의 정권교체를 거치면서 이제 경제정책은 집권세력이 개념설계를 해서 방향을 정하고, 부처는 상세설계와 집행을 하는 모양으로 되었다. 그런데 이번 정부는 개념설계도를 마련하지 못한 채 출발했고 그래서 집권 초기에 빨리 만들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부처는 상세설계 및 집행 능력이 예전보다 떨어진데다 방향까지 제대로 몰라 엉거주춤하고 있는 모양새다.

아직 3년이 남았다. 언제부터인가 정권 초기에 개혁을 하지 못하면 후반기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그렇지 않으며 그래서도 안 된다. 남은 기간 경제혁신의 밑거름이 될 수 있는 앞의 과제들 중 하나라도 골라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의 지지도 받고 정권의 소명도 다하는 것이다. 경제정책의 고삐를 다잡을 시간이다.

[이슈논쟁]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 2년

지난 9일로 문재인 정부 출범 2년을 맞으면서, 분야별 정책평가와 함께 남은 집권 기간에 주력할 정책과제에 대한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 집권 초기부터 뜨거운 공방을 불렀던 현 정부의 경제정책도 역시 도마에 올랐다. 현 정부는 출범 이후 소득주도성장과 일자리 중심 경제, 혁신성장, 공정경제 등 네바퀴를 주축으로 경제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아직 경제분야에서 이렇다 할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논쟁은 한층 뜨겁게 달아오른 상태다. 일부는 소득주도성장이라는 ‘간판 정책’의 한계를 강조하는가 하면, 또다른 쪽에선 구체적인 실행계획 및 집행이 미흡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한다. 박복영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와 이한상 고려대 경영대 교수가 보내온 중간 평가를 나란히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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