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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이슈논쟁ㅣ고위공직자 인사검증]철저한 사전검증과 정보공유가 필요하다 / 조진만

등록 2019-09-02 18:22수정 2019-09-02 19:09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2일 기자회견 모습. 공동취재사진.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2일 기자회견 모습. 공동취재사진.

지금까지 이런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없었다. 조국 후보자에 대한 의혹들이 연일 뜨거운 뉴스로 쏟아져 나왔다. 급기야 검찰이 전면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인사청문회도 열리기 전에 피의자 신분이 된 상황이 연출됐다. 상당히 이례적인 현상이다. 문재인 정부 아래서 조 후보자가 갖는 상징성과 영향력, 법무부 장관이라는 지위의 특수성, 사법개혁에 대한 시대적 요구, 제기된 의혹들의 성격과 진위 여부 등이 복잡하게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만일 인사청문회가 열렸다면 그 어느 때보다도 시끄러웠을 것이다.

인사청문회 제도가 채택되기 이전에는 이러한 논란이 생길 여지가 없었다. 대통령이 장관을 임명하면 끝이었다. 대통령이 임명한 장관이 어떤 사람인지는 사후적으로 확인될 뿐이었다. 대통령이 임명한 장관에 대해 날 선 비판을 하기보다는 미담을 던지는 것이 안전한 길이고 관행이었다. 대통령이 능력이나 자질이 없는 고위공직자를 임명하더라도 견제할 방법이 없었다.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이후에는 대통령도 고위공직 후보자를 결정할 때 국회의 입장과 국민의 눈높이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 이러한 고민을 통해 후보자를 결정할 때 국정 운영이 안정적으로 잘 이루어질 수 있다. 자질과 능력에 있어 국민의 기대 수준에 부합하고 국회의 인사 검증을 무난하게 통과한 고위공직자는 업무 수행에 필요한 리더십을 갖추게 된다. 이것은 뛰어난 업무 성과를 낼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

국민들은 능력과 자질을 갖춘 고위공직 후보자를 인사청문회에서 만나고 싶다. 하지만 2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인사청문회를 진행하면서 국민들이 후보자들에게 느끼는 전반적인 감정은 실망이다. 이번에 조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진행됐다면 국민들이 어떠한 감정을 갖게 될 것인가를 단언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철저하고 책임 있는 사전 검증과 정보 공유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인사청문회를 둘러싼 소모적 논란과 갈등은 잦아들지 않을 것이다. 국민들의 실망감도 더 커질 것이다.

한국은 미국식 사전 검증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고위공직 후보자에 대한 사전 검증을 어떠한 방식과 과정을 통해 진행했는지, 그 결과는 무엇이었는지 파악하기 힘들다. 사전 검증을 철저하게 진행하고, 이 과정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견됐다면 인사에서 배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전 검증에서 문제가 발견됐지만 심각한 수준이 아니라고 판단된다면 사전에 그 부분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

대통령이 후보자를 지명한 이후 사전 검증 과정에서 밝혀내지 못한 내용이 언론이나 야당을 통해 제기된다면 인사청문회는 정파적이고 갈등적인 양상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면 후보자의 자진 사퇴, 대통령의 지명 철회 또는 임명 강행 등 모든 경우에 상처만을 남긴다. 후보자의 능력이 아무리 탁월하더라도 이러한 과정을 거쳐 임명된다면 애초 기대했던 바를 조직 차원에서 제대로 실현시키기 어렵다. 이미 일을 하기도 전에 리더십에 큰 상처가 났기 때문이다. 야당도 임명을 강행한 대통령과 문제가 있는 고위공직자에게 협조할 가능성은 낮다.

사전 검증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후보자가 답변을 성실하게 해야 한다. 국회의 요청이 있을 경우 사전 검증의 정보를 공개할 필요도 있다. 미국에서는 후보자가 허위로 답변하거나 은폐한 내용이 있을 경우 벌금형이나 5년 이하 징역형에 처해진다. 의회가 후보자의 신원 정보를 요청할 경우 공개해야 한다. 한국에서도 후보자가 허위 작성과 은폐의 문제를 일으켰을 때, 사전 검증을 담당한 기관이 의도적으로 그 소임을 다하지 않았을 때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사전 검증에 활용된 자료와 정보들을 국회도 공유하게 되면 인사청문회에서 자료 제출 지연과 진위 여부 등과 관련한 소모적 논쟁도 줄어들 것이다.

특히 후보자가 자신의 행적에 대해 잘 모르거나 오해할 수 있는 부분도 충분히 존재한다. 그러므로 후보자의 사전 검증을 담당하는 기관에서 철저하게 조사해 문제가 되는 부분을 최종적으로 수정한 뒤 보고할 필요가 있다. 미국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후보자에 대한 사전 검증에 다양한 기관이 참여한다. 후보자의 주변 사람들에 대한 면밀한 탐문 조사가 진행된다. 이렇게 까다로운 사전 검증을 통과한 인사가 내정되어야 인사청문회가 정파적으로 흐르거나 논란 속에서 낙마하는 상황을 예방할 수 있다.

한국도 미국과 같이 면밀한 사전 검증이 이루어지고 있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만약 그렇다면 그 과정과 결과를 밝히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전 검증에서 밝혀진 문제점을 언론이나 야당이 찾지 못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숨바꼭질을 해서는 안 된다. 그 숨바꼭질을 기획하고 시행하고자 한다면 인사청문회가 제 기능을 수행하기 힘들다. 국민들도 인사청문회가 성인군자를 뽑는 자리가 아니라는 것을 안다. 국민들의 실망은 고위공직 후보자가 어떠한 사람인가에 대한 명확한 정보의 부재로부터 오는 경우가 많다. 국민들은 자신의 허물을 감추고자 하는 사람보다 솔직하게 밝히고 양해를 구하는 사람에게 더 관대한 측면이 있다. 정보 부족과 오해로 진영 간의 첨예한 갈등과 분열을 조장할 가능성도 줄어든다. 인사청문회에 앞서 철저한 사전 검증과 정보 공유가 중요하고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조진만
덕성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슈논쟁]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이번주에 열릴 것으로 전망됐으나, 결국 여야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불발됐다. 결국 조 후보자가 2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입장을 밝히는 초유의 상황으로까지 이어졌다. 이는 그만큼 조 후보자의 법무부 장관 자질을 두고 다양한 측면에서 의혹이 불거졌으며, 이를 둘러싼 논란이 정치권 안팎에서 뜨거웠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다만 이번 논란은 비단 조 후보자에 대한 검증 과정에서만 나타난 현상은 아니다. 과거에도 숱한 논란이 벌어져왔으며, 앞으로도 반복될 소지가 크다. 이 때문에 인사청문제도 개선 방안을 포함해 향후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논의가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향후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방안을 주제로,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와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이 각각 견해를 밝혀왔다. 조 교수는 철저한 사전 검증과 그에 대한 정보 공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데 비해, 서 연구원은 사회적 합의에 의해 보편적이고 연속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검증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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