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1분기부터 주택가격의 하방 위험이 점차 커져왔다고 한국은행이 밝혔다. 사진은 남한산성에서 내려다 본 서울 송파, 강남 일대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코로나19 감염증 확산에 따른 경기 후퇴에 대응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낮춰 운용하고 있는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금리 상승은 가계가 집을 사느라 늘린 빚의 이자 부담을 키운다. 그런 가운데 한은이 “지난해 1분기부터 주택가격의 하방 위험이 점차 커져왔다”고 밝혀 눈길을 끈다. 그동안 ‘집값 거품’ 경고가 여러 곳에서 나오긴 했지만,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중앙은행의 분석이니만큼 더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한은이 22일 내놓은 ‘상반기 금융안정 보고서’를 보면, 코로나 위기를 거치는 동안에도 가계 부채는 매우 빠른 속도로 늘어났다. 올해 1분기 말 가계 부채는 1765조원으로 1년 전에 견줘 9.5%나 증가했다. 가계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부채 비율은 같은 기간 160.1%에서 171.5%로 11.4%포인트나 상승했다. 한국금융연구원 분석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의 가계 부채는 규모나 증가 속도 모두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11일 통화정책 변경을 시사했는데, 초저금리의 부작용에 대한 한은의 걱정도 인플레이션보다 가계 부채 증가 쪽에 쏠려 있다.
가계 부채 증가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주택 구입을 위한 담보 대출이다. 정부의 잇단 대책에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집값 상승세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이 0.12% 올라 1년6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집값 상승은 가계의 주택 구입 심리를 부추긴다. 악순환이다.
그런데 한은이 집값의 장기 추세와 가계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로 볼 때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이 고평가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2001년 1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자료를 바탕으로 주택가격 하방 리스크를 분석해보니 지난해 1분기에 큰 폭으로 확대됐고, 이후 점차 커져왔다는 것이다. 향후 금리 인상도 부담이겠지만, 집값도 떨어질 수 있으니 유념하라는 경고다.
집값 등 자산 가격이 오를 때는 소비 증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그러나 하락세로 돌아서면 경제주체들의 재무 상황을 악화시켜 실물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빚을 내 구입한 자산의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다가 폭락할 때는 경제 파급효과가 훨씬 크다. 그런 위험이 커지지 않도록 정부와 한은이 잘 관리해야 하지만, 가계도 상황을 냉정하게 따지고 자산 매입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