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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철 지난 ‘이념 공세’에 휘둘린 김연철 청문회

등록 2019-03-26 19:28수정 2019-03-26 19:31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26일 오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26일 오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26일 열렸다. 일부 야당 의원들이 후보자 검증을 이유로 과거 발언에 대한 과도한 이념 편향적 질의와 공세를 펼치며 ‘흠집내기’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인 건 유감스럽다. 심지어 김 후보자를 겨냥해 “북한 대변인 역할”이란 비난도 나왔다. 아무리 생각과 지향이 다르다고 해도 대북정책 주무 부서의 장관 후보자를 이렇게까지 매도한 것은 지나쳤다고 본다.

야당 의원들은 청문회에서 과거 김 후보자가 했다는 발언을 쏟아내며 “북한 편향 아니냐”고 집요하게 따졌다. 이들이 문제 삼은 김 후보자의 발언은 “박왕자씨 피격 사건은 통과의례다” “천안함 사건은 우발적인 사건이다” “5·24조치는 바보 같은 제재다” “북방한계선(NLL) 고수는 철회돼야 한다”는 것 등이다. 그러나 김 후보자의 해명을 들어보면, 이들 발언은 앞뒤 맥락을 자른 채 ‘제 논에 물 대기’ 식으로 인용된 측면이 있다.

김연철 후보자는 ‘통과의례’ 발언에 대해 “남북간 신뢰 부족으로 겪었던 정치·문화적 갈등을 총칭하는 것이지 박왕자씨의 비극을 가리키는 게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우발적 사건’ 발언에 대해선 “천안함을 가리킨 게 아니다. 천안함은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침몰했다”고 말했고, 5·24조치 관련 발언은 “북한보다 우리 기업의 피해가 더 컸다는 점을 부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부 표현이 거칠긴 하지만 전체 맥락으로 보면 남북 문제 전문가가 해서는 안 될 발언이라 단정 지어 말하기는 어렵다. 청문회에서는 김 후보자가 에스엔에스(SNS)를 통해 “군복 입고 쇼한다” 등과 같은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에 대한 문제 제기도 나왔다. 김 후보자도 이에 대해 “깊이 반성한다”고 말했는데, 거칠고 정제되지 않은 발언을 한 데엔 스스로 책임감을 느껴야 할 것이다.

사실 청문회의 이념 공세는 진작 예고된 것이었다. <조선일보> 등 보수언론은 대표적인 남북 화해·협력론자인 김 후보자가 통일부 장관에 지명되자, 곧바로 김 후보자의 과거 저서와 기고는 물론 에스엔에스 발언까지 뒤지며 ‘색깔론’을 부추기는 데 열을 올렸다. 그러나 남북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지금 한반도 정세는 역사적 전환점을 맞고 있다. 이런 시기에 과거의 낡은 잣대를 들이대며 통일부 장관 후보자의 ‘색깔’을 검증하려는 건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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