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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거수기 사외이사’ 경종 울린 거액 손해배상 판결

등록 2019-05-20 18:16수정 2019-05-20 18:46

강원랜드 전직 사외이사들이 무책임한 의사결정 탓에 거액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았다. 강원도 정선에 있는 강원랜드 본사. <한겨레> 자료 사진
강원랜드 전직 사외이사들이 무책임한 의사결정 탓에 거액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았다. 강원도 정선에 있는 강원랜드 본사. <한겨레> 자료 사진
회사에 손해를 입힐 게 뻔해 보이는 결정을 내린 사외이사들에게 이례적으로 거액의 손해배상 책임을 물리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독립성을 갖지 못한 채 들러리만 선다는 비판을 받는 사외이사들에게 가해진 통렬한 일침이다.

대법원 1부는 강원랜드가 전직 이사 9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김호규 전 사외이사를 비롯한 7명(사외이사 6명, 비상임이사 1명)에게 30억원을 책임 비율에 따라 나눠 배상하라고 판결했다고 19일 밝혔다. 강원도 태백시가 출자한 오투리조트에 2012년 7월 강원랜드가 150억원을 지원하는 안건에 찬성한 데 따른 배상 판결이다. 기업에 손실을 입힐 게 명백해 보이는 안건에 무책임하게 찬성표를 던진 일에 책임을 지운 지극히 마땅한 결정이다.

강원랜드가 거액을 지원할 때의 사정에 비춰 이들 이사의 행태는 ‘단순 실책’이라 보기 어렵다. 당시 오투리조트는 부채비율이 2000%를 웃돌 정도로 어려운 처지였다. 회사 법무팀이 오투리조트의 회생 가능성을 낮게 판단해 업무상 배임 및 손해배상 가능성을 경고하기도 했다. 강원랜드는 앞서 2008년 오투리조트의 전환사채 150억원어치를 인수했다가 2년 남짓 만에 모두 손실 처리한 전례가 있었다는 점에서, 이사들의 결정은 너무나 무모하고 무책임했다.

대개 사외이사는 경영진의 독단과 전횡을 감시·견제한다는 애초 취지와 달리, ‘만만한 거수기’거나 ‘짭짤한 부업 자리’라는 비아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강원랜드 같은 공기업은 이에 더해 비전문가 낙하산 시비에도 휩싸이곤 한다. 문제의 안건을 강원랜드 이사회에 올리면서 통과를 주도한 김호규 이사 또한 여기서 자유롭지 않다. 태백시의원 출신으로, 2014년 6월 지방선거 때는 태백시장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 예비후보로 나섰던 정치인이란 점에서 그렇다.

강원랜드 전직 사외이사들에게 내려진 거액의 배상 판결을 계기로, 공기업은 물론 민간기업 사외이사들도 제 역할을 돌아보기 바란다. 회사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안건에 의사 표시를 허투루 했다가 중대한 책임 문제에 맞닥뜨릴 수 있다는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회사 쪽은 최소한의 요건을 따져서 사외이사를 뽑아야 한다. 거수기가 당장은 편할지 몰라도 결국엔 기업의 건강성을 떨어뜨리는 해악임을 깨닫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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