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우치 경기장에서 16일 새벽(한국시각)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살 이하(U-20) 월드컵 결승에서 이강인 선수가 전반 페널티킥을 성공하고 있다. 우치/연합뉴스
“열심히 뛰었고 최선을 다했다. 후회는 없다. 울지 않는다.” 이강인 선수의 소감은 국민들의 마음 그대로 아니었을까. 지난 한달간 행복했다. ‘한국 남자축구 사상 최고의 성적’이라는 기록만이 기뻤던 건 아니다. 축구를 좋아하는 마음 하나로 신나게 뛰는 그들의 열정, 경기를 치를 때마다 한 단계씩 성장하는 젊은 선수들의 모습이 국민들을 감동시켰기 때문이다. 21명 엔트리 선수 모두와 감독 등 스태프에 박수를 보낸다.
16일 새벽 1시(한국시각) 폴란드 우치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살 이하(U-20) 월드컵 결승전에서 한국 축구대표팀은 우크라이나에 1-3으로 역전패했다. 경기 시작 5분 만에 얻어낸 페널티킥을 이강인 선수가 성공시킨 기쁨은 잠깐, 짜임새 있는 우크라이나팀의 공격을 막아내지 못하며 ‘피파 주관 대회 남자팀 사상 최초 우승’이란 기록 앞에 멈춰서야 했다. 전반전 후반부 끝내 동점골을 허용한 시간은 두고두고 아쉽다. 그래도 이들의 기록은 여자 17살 이하 대표팀의 2010년 월드컵 우승을 제외하면 이제까지 최고의 성적이다. 게다가 이강인 선수는 마라도나, 메시 등 전설적인 선수가 탔던 골든볼의 주인공까지 됐다. 10여년 전 ‘슛돌이’가 ‘막내 형’으로 믿음직하게 성장한 모습이 자랑스럽다.
으레 주요 경기에서 지고 나면 울음을 터뜨리거나 좌절하던 선수나 응원단의 모습이 사라진 것도 인상적이었다. 대신 자부심이 느껴졌다. 무엇보다 이번 대회는 한국 축구가 전통의 ‘스파르타식’ 훈련과 투혼의 정신력 축구에서 수평적 소통과 동기 유발, 자율성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길을 걷고 있음을 보여줬다. 서로 수훈을 돌리는 선수들의 모습, 그리고 무명에 가까운 선수 출신의 정정용 감독의 수평적 리더십은 비단 스포츠뿐 아니라 사회에도 적잖은 울림을 줬음이 분명하다. 20살 이하 선수들은 말 그대로 ‘밀레니얼 세대’다. 결승전 뒤 “감독인 제가 부족했다”고 밝힌 정 감독은 평소에도 “내 지도철학은 선수들에게 지시가 아닌 이해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이해가 바탕이 되고 지도자를 신뢰할 수 있으면 선수들은 운동장에서 신나게 다 드러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해왔다. 스펙이나 화려한 배경이 중요한 게 아니라, 열정을 갖고 공부하고 노력하며 협력한다면 실패를 거치면서도 사람은 성장한다는 것. ‘정정용호’와 함께 다시 이런 꿈을 꾸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