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월24일 한진칼 주총에서 ‘친 조원태’ 진영과 ‘반 조원태’ 진영 간에 조원태 회장의 이사 재선임 안건을 놓고 표대결이 예상되는 가운데, 대한항공 이사회가 6일 경영 쇄신안을 발표했다.
대한항공이 지배구조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쇄신안을 내놨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한 목적이지만, 쇄신 의지가 미흡하다는 평가가 많다. 국민연금은 주주권 행사를 적극적으로 해서 기업과 주주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경영진이 선임되도록 해야 한다.
대한항공은 6일 이사회에서 지배구조의 투명성 제고, 이사회 독립성 강화를 위해 ‘거버넌스(지배구조)위원회’를 신설하고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하기로 의결했다. 또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유휴자산인 서울 송현동 부지와 비주력 사업인 인천 왕산마리나를 팔기로 했다. 7일에는 한진칼 이사회에서 쇄신안을 내놓는다.
쇄신안의 목적은 분명하다. ‘친조원태’ 진영(조 회장,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조현민 한진칼 전무)과 ‘반조원태’ 진영(조현아 전 부사장, 케이씨지아이펀드, 반도건설)은 3월 한진칼 주총에서 조 회장의 이사 선임을 놓고 표대결이 예상된다. 양쪽 지분이 30% 초반으로 비슷해,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지분 4.1%), 기관투자자, 소액주주의 지지 확보가 ‘발등의 불’이 됐다.
하지만 쇄신안 내용은 매우 실망스럽다. 사외이사들이 이미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불신이 높은 상황에서, 사외이사후보추천위를 모두 사외이사로 채운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거버넌스위원회도 ‘눈 가리고 아웅’이다. 이 정도로 갑질과 불법비리, 경영권 다툼으로 무너진 신뢰를 다시 회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너무 안이한 것이다.
조 회장이 진정 쇄신과 신뢰 회복을 원한다면 사외이사의 독립성 제고를 위해 좀 더 실질적 조처를 내놔야 한다. 경제개혁연대는 “현대차그룹처럼 소액주주의 추천을 받아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것도 한 방안”이라고 제안한다.
‘신종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으로서는 한진의 진흙탕 싸움을 보는 것 자체가 고역이다. 국민연금은 총수 일가의 전횡으로 인한 이른바 ‘오너 리스크’를 제거하기 위해 주총에서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