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민정수석실 감찰반이 지난 2월 중순부터 4개월 동안 금융감독원에 대한 감찰을 벌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감찰의 적절성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금융감독원 입구.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청와대 민정수석실 소속 감찰반이 주어진 권한을 넘어 금융감독원에 대해 감찰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일부에선 윤석헌 금감원장을 중도 하차시키기 위해 ‘표적 감찰’을 한 게 아니냐는 의심마저 나온다. 청와대는 조속히 진상을 규명해 의혹을 해소하기 바란다.
8일 <한겨레> 보도를 보면, 청와대 민정수석실(민정수석 김조원) 감찰반이 2월 중순부터 최근까지 윤 원장과 금감원을 대상으로 감찰을 벌였다. 애초 국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의 대규모 손실 사태의 책임을 물어 손태승 우리은행장(현 회장)과 함영주 하나은행장(현 부회장)에 대해 중징계 결정을 내린 일을 조사했으나,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민정수석실은 대신 우리은행 직원들의 고객 휴면계좌 비밀번호 무단변경에 대한 징계처리 지연 등 별건을 이유로 간부 2명의 중징계를 요구했다.
하지만 이는 감찰반의 권한을 벗어난 것이다. 대통령비서실 직제 7조에 따르면, 감찰반의 권한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행정부 고위 공직자, 공공기관·단체의 장과 임원에 대한 비리 첩보 수집과 사실 확인에 한정한다. 감찰반 조사에서 윤 원장을 포함해 임직원의 개인 비리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감찰반이 윤 원장을 교체하려고 감찰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2018년 5월 임명된 윤 원장은 임기가 1년 남은 상태다. 학자 출신인 윤 원장은 취임 이후 금융기관의 잘못된 행태에 대해 엄격히 조처하고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화하는 등 개혁적인 행보를 이어왔다. 대통령이 임명한 개혁적 인사를 민정수석실이 뒤에서 흔드는 이상한 모양새다.
청와대는 최근 윤 원장의 유임을 결정했다. 하지만 석연치 않은 감찰이 진행되는 동안 은행들이 금감원에 노골적으로 ‘반기’를 드는 등 금감원의 위상과 감독 기능은 이미 큰 상처를 입었다. 한 예로 손태승 회장은 지난 3월 디엘에프 제재에 반발하며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연임 추진도 강행해 성공했다. 은행장이 중징계를 받으면 자진 사퇴해온 그동안의 관행을 뒤엎는 일이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지휘를 받는 예금보험공사가 손 회장 연임에 찬성한 것도 이런 의혹을 뒷받침한다.
청와대는 아직 이번 일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다. 하지만 이는 의혹만 키울 뿐이다. 주진형 열린민주당 최고위원도 이날 “금융권에선 민정수석실의 이런 부적절한 행위가 혹시 금융권의 정치 로비와 연관이 있는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