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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공정경제 3법’에 반발하는 경영계, 염치없다

등록 2020-12-10 18:41수정 2020-12-11 02:48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상법 일부개정 법률안이 가결되고 있다.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상법 일부개정 법률안이 가결되고 있다.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을 위해 상법·공정거래법·금융복합기업집단감독법 등 이른바 ‘공정경제 3법’이 9일 국회를 통과했다. 경영계는 “기업규제 3법”이라며 강하게 반발한다. 보수언론도 “거대 여당의 폭주”라고 비난한다. 편법상속 수단으로 악용돼온 일감 몰아주기가 계속되고, 이사회는 총수의 ‘거수기’로 전락한 현실에는 눈을 감는다. 무책임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공정거래위원회가 9일 발표한 재벌 지배구조 현황을 보면, 지난해 5월 이후 1년간 재벌 소속 상장사 266곳의 이사회에 상정된 안건 중 무려 99.5%가 원안대로 가결됐다. 일감 몰아주기와 밀접한 내부거래 안건은 99.9%다. 사실상 모든 안건이 총수 뜻대로 통과됐다는 얘기다. 10대 재벌의 내부거래 금액과 비중은 지난해 14.1%와 150조원에 이른다. 특히 총수 일가 지분이 높은데도 규제를 안 받는 이른바 ‘사각지대’ 기업의 내부거래 비중은 23.1%로 훨씬 높고, 수의계약 비중이 95%에 이른다.

개정 공정거래법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을 확대해 ‘사각지대’를 줄였다. 개정 상법은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이사의 잘못에 책임을 묻는 다중대표소송제를 도입했다. 문재인 정부가 약속한 경제개혁의 첫 입법 성과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경총 등 경제단체와 보수언론은 투기자본의 경영권 침해 등 혼란이 올 것처럼 호들갑을 떨며 “기업 족쇄법”이라고 반발한다. 심지어 “입법 테러”, “한국 경제 자해”라는 극단적인 주장까지 편다. 이사회를 정상화하고, 일감 몰아주기를 근절하는 게 어떻게 경영을 흔든다는 건지 황당하기 짝이 없다.

공정경제 3법은 지난 10년간 추진됐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그동안 기업의 자발적인 노력이 성과를 거뒀다면 굳이 법 개정까지 필요했겠는가. 경영계가 스스로 책임은 돌아보지 않은 채 반발만 하는 것은 몰염치한 일이다. 지금이라도 경영 투명성을 높이고, 불공정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공정한 시장질서가 단번에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다. 법안 처리 과정에서 몇몇 핵심 내용이 후퇴하기까지 했다. 감사위원 선임 때 대주주 의결권 제한이 ‘합산 3%’에서 ‘개별 3%’로 바뀌었고, 입찰담합 등에 대한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도 빠졌다. 이제 첫발을 내디뎠다고 봐야 한다. 국회는 미흡한 제도 보완을 위해 후속 입법 노력을 지속하고, 정부도 엄정한 법 집행에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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