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 이틀 전 전세금을 14% 넘게 올린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에 이어, 이 법을 대표발의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마저 법안 처리 한달 전 월세를 9%나 올려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세월호 변호사’의 명성으로 국회의원이 된 뒤 ‘약자 편에 선 정치인’의 모습으로 신뢰와 지지를 얻어온 그이기에, 앞서 다른 민주당 의원들의 ‘전셋값 선제 인상’이 드러났을 때보다 국민과 지지자들이 받은 충격과 분노는 한층 클 수밖에 없다. “(부동산 중개업자 말만 믿고) 시세보다 크게 낮은 가격으로 계약을 체결하지 못해 죄송하다”는 그의 발언 역시 국민들이 왜 실망하고 분노하는지를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 ‘논점 회피 식’ 사과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더 실망스러운 건 민주당 핵심부의 현실 인식이다. 민주당 수석최고위원인 김종민 의원은 1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의원들의 행위에) 법적으로든 도의적으로든 문제가 있었는지 따져봐야 한다”며 “(주택임대차보호법은) 갱신계약에 대해선 (인상률을) 5%로 제한하고 신규계약은 자유롭게 풀어놓았다. 우리 의원들뿐 아니라 많은 임대인들을 도덕적 갈등과 시험에 들게 만드는 제도였다”고 했다. 이번 논란을 개인 책임이 아닌 제도 탓으로 돌린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 주도로 임대차 3법이 처리되던 지난해 7월 상황을 복기해보면, 민주당 지도부의 ‘제도 탓’이 얼마나 편의적이고 무책임한지가 드러난다. ‘임대료 상한제’ 적용 대상에서 신규계약을 제외한 것은 다름 아닌 민주당이었다. 시민사회단체들이 신규계약도 적용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거듭 요구했지만, 민주당은 집주인들 반발이 클 것이라며 지레 몸을 사렸다. 신규계약을 제외할 때 초래될 부작용을 누가 가장 잘 알았을까? 당연히 법안의 대표발의자인 박주민 의원이었을 것이다. 이런 그가 제도의 공백을 이용해 월세를 큰 폭으로 올렸으니 국민들이 분노를 쏟아내는 건 하나도 이상할 게 없다.
지금 민주당에 절실한 건 세입자 보호를 위한 ‘임대차 3법’의 시급성을 주장하던 지난해의 절박함을 돌아보는 것이다. 국민들의 들끓는 분노는 ‘제도의 결함’ 때문이 아니라 연이어 터져 나오는 정부 여당 일각의 ‘내로남불’ 때문이라는 것, 지금의 위기는 ‘제도의 위기’가 아니라 ‘신뢰의 위기’라는 사실부터 정직하게 인정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더 깊은 위기로 빠져들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