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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유동성 잔치 뒤의 숙취’ 경고한 미국 물가 급등

등록 2021-05-13 18:10수정 2021-05-14 02:36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가 지난해 같은달에 견줘 4.2%나 오른 것으로 나타나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금리 인상을 앞당길 것이란 우려가 퍼져 세계 주요 증시의 주가가 급락했다. 사진은 13일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연합뉴스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가 지난해 같은달에 견줘 4.2%나 오른 것으로 나타나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금리 인상을 앞당길 것이란 우려가 퍼져 세계 주요 증시의 주가가 급락했다. 사진은 13일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연합뉴스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 발표를 전후해 세계 금융시장이 한바탕 요동쳤다. 물가가 예상보다 더 큰 폭으로 오른 것으로 나타나자 주가가 급락하고, 미국 달러 가치가 상승했다. 그동안 세계 경제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실물경제의 타격에도 아랑곳없이, 초저금리에 따른 과잉 유동성에 기댄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의 쉼 없는 상승에 취해왔다. 이번 미국 소비자물가 급등이 불러일으킨 금융시장의 충격은 ‘유동성 잔치’가 벌어지는 동안 잊고 있던 ‘후유증’에 대비하라는 경고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미국 노동부 발표를 보면 4월 소비자물가는 전달에 견줘 0.8% 상승하면서, 지난해 같은 달보다 4.2%나 올랐다. 13년 만에 가장 높다.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도 3.0%나 올랐다. 연준은 지난해 8월, 소비자물가지수가 관리 목표인 2%를 넘더라도 ‘상당 기간’ 이를 용인하는 ‘2% 평균물가목표제’를 도입한 바 있다. 그런데 이번 물가 급등으로 새 통화정책 아래서도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빨라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물론 지나친 걱정이란 시각도 있다. 4월 물가 급등은 비교 기준인 지난해 하락에 따른 기저효과, 최근 경제활동이 재개되면서 늘어난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탓도 크다. 리처드 클래리다 연준 부의장은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고, 오히려 고용 회복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금리 인상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차관도 미국 물가 급등이 “공급 부족, 이연 수요 등 경기회복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일시적 요인과 기저효과가 주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 물가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서기 전까지는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미국 연준이나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점치기는 어렵지만, 시장금리가 상승으로 돌아선 지 꽤 됐고 물가 상승과 함께 계속 오르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난해 8월 연 0.6%가량이던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13일 1.68%로 올랐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도 0.6%에서 1.65%로 올랐다. 부동산은 두말할 필요도 없고 주가 또한 경기 회복에 따른 실적 호전 기대를 반영하더라도 이미 너무 올랐다는 우려가 많은 가운데, 시장금리가 빠르게 오르고 있는 것이다. 숙취는 잔치가 끝난 뒤에 찾아온다는 점을 되새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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