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0일 오후 경북 구미시(갑) 당원협의회를 방문해 당원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리더십 위기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며 당 내홍이 확산하는 와중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합당 결렬을 선언해 야권 대통합 구상에도 빨간 불이 켜진 것이다. 취임 두 달 만에 안팎의 변수로 사면초가에 몰린 상황이다.
국민의힘 6·11전당대회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이 대표는 여세를 몰아 ‘8월 말 경선버스’에 시동을 걸었지만 그 과정에서 대선 주자들과 불화를 겪으며 리더십을 비판받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6일 페이스북에서 “이준석 지도부는 이미 상처를 입었다”며 “혁신을 뒤로 함으로써 얕은 정치적 계산이나 한다는 인상을 주었고, 특정 후보를 지지하고 반대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킴으로써 공정성에도 상처를 입었다”고 비판했다. 또 “경선은 오히려 유력후보들 간의 합의를 존중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후보들 스스로 중심을 이루게 하는 것이 옳다”며 “제 발로 제대로 서지도 못하는 당이, 그나마 개인적 경쟁력을 바탕으로 뛰고 있는 후보들을 끌고 가겠다고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와 같은 유승민계로 분류되는 하태경 의원도 이날 <시비에스>(CBS) 인터뷰에서 “이 대표가 뭔 일을 실행하기 전에 윤 후보측하고 사전조율을 해서 정돈된 형태로 좀 당을 가져가야 된다. 안 그러면 진짜 한 방에 훅 갈 수 있다. 민심이 굉장히 안 좋다”고 지적했다.
경선준비위원회가 준비한 비전발표회 참여 문제를 놓고 이 대표와 정면으로 맞서고 있는 윤 전 총장 쪽도 이 대표 비판에 가세했다. 캠프 총괄실장인 장제원 의원은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토론회 문제가 최고위원 내부에서도 결정되지 않았고, 경준위와 당대표간 일정 조율도 안 됐다. 당과 캠프의 갈등보다는 당 내부 갈등이 더 커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의 핵심이 ‘이준석-윤석열 갈등’이 아니라 ‘이준석 리더십으로 인한 당의 내홍’이라는 주장이다. 장예찬 청년특보도 이날 페이스북에 “안철수와 김병준, 이해타산으로 가득한 정치판의 이상주의자들. 오늘 두 분의 말씀이 내게 큰 울림을 준다”고 적었다. 이준석 리더십을 비판한 김 전 비대위원장과 협상 과정에서의 ‘상처’를 거론하며 합당 무산을 선언한 안 대표에게 동의를 나타냄으로써 이 대표를 에둘러 겨냥한 것이다.
윤 전 총장과의 갈등에 이어 국민의당과의 합당도 무산되면서 이 대표의 리더십이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 “합당의 권유란 게 ‘예스까 노까’ ‘어차피 너는 딱히 갈 데가 없으니 꿇고 들어오라’는 윽박에 가까웠으니 결렬은 예견된 것”이라며 “게다가 윤석열이 그 당에 들어가 어떤 취급을 받는지도 미리 봤”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도 <한겨레>에 “합당 결렬로 이 대표가 가장 큰 내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윤 전 총장과의 갈등으로 궁지에 몰려있는 상황에서 야권 대선의 불확실성까지 커지면서 ‘이준석 리스크’가 현실로 다가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휴가를 끝내고 복귀하는 17일 최고위에서 대선 주자 비전발표회 문제 등을 원만하게 처리하지 못한다면 리더십 논란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경준위가 18일 열기로 한 경선후보 토론회는 김기현 원내대표의 중재로 비전발표회로 수정됐고 이 대표는 이를 예정대로 치르겠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저는 (토론회의) 발표회 전환을 머리에 두고 있다”며 “내일 최고위에서 서병수 경준위원장도 함께 와서 논의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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