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한화갑 대표(왼쪽)와 정균환 부대표
민주당이 한화갑 대표와 정균환 부대표의 ‘정면충돌’로 정계개편을 둘러싼 노선 갈등에 휩싸이고 있다.
최근 벌어진 전북도당 내분 사태가 발단이다. 정 부대표가 5·31 지방선거 전북도지사 선거에 출마하면서 공석이 된 도당위원장 자리를 놓고, 한 대표 지지 세력과 정 부대표 지지 세력이 다투다 결국 전북도당이 둘로 쪼개졌다. 이 과정에서 한 대표가 ‘전북도당 비대위’를 구성한 정 부대표의 당원 제명을 추진하면서 갈등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정 부대표는 2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문제는 정계개편과 민주당 진로에 대한 한 대표와의 노선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한 대표가 자신과 의견이 다르다고 나를 제명하려는 것은 이성을 상실한 폭거”라고 주장했다.
정 부대표는 그동안 고건 전 총리를 중심으로 한 중도세력 대통합을 주장하면서, 이에 부정적인 한 대표 쪽에 대립각을 세워 왔다. 정 부대표는 한 대표를 겨냥해 “마음을 비워야 길이 보인다”고 일갈했다.
이에 대해 한 대표 쪽은 논평을 통해 “우리는 고 전 총리에게 문호를 열어놓고 있으며 환영한다는 입장”이라며 “정 부대표는 고 전 총리를 내세워 당내 분란을 조장하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맞받았다.
두 사람의 갈등에는 오랫동안 정치를 함께 하면서 쌓인 감정적 앙금도 작용한 듯하다. 국민회의와 민주당 시절 한 대표는 동교동계 신파, 정 부대표는 동교동계 구파로 분류됐으며, 썩 사이가 좋지 않았다. 당내에서는 이번 갈등으로 양쪽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평가가 많다. 정계개편 노선을 둘러싼 두 사람의 주도권 싸움은 내년 2월로 예정된 전당대회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고 전 총리의 신당 결성 움직임과 맞물린 민주당 분열 사태가 정계개편의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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