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 은퇴’ 초강수…‘흔들리지 않고 절차 밟는다’ 의지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당내 대선 후보 경선규칙 갈등과 관련해 정계 은퇴까지 내비치며 배수진을 치고 나섰다.
강 대표는 11일 “다음주 상임전국위원회(15일 예정)까지 내 중재안이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대선 주자 간에 별다른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대표직을 더 수행할 수 없으며 국회의원직까지 사퇴하겠다”고 말했다고 나경원 대변인이 전했다. 나 대변인은 “국회의원직 사퇴는 정계 은퇴를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강 대표는 이날 밤 기자들과 만나서도 “한나라당이 룰도 하나 못 정해서 계속 싸운다면 정권 교체는 불가능하다. 전우의 시체를 넘어서 가야 한다. 내가 첫 희생자가 되는 게 (한나라당이) 정신 차리는 길이라면 마다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내 양심과 법률 지식을 동원해서 중재안을 냈는데 상황이 이렇게 됐다. 8월 중순에 경선을 하려면 시간이 없으니 전체를 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가진 게 뭐가 있나. 힘이 있는 것도 아니고, 세가 있는 것도 아니고…”라며 “나도 주말 중에 노력을 할테니, 대선 주자들도 잘 생각해보기 바란다”고 말했다.
강 대표의 초강수는 사실상 중재안을 거부하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를 겨냥한 ‘최후통첩’으로 해석된다. 또 자리에 연연한다는 비판을 잠재우면서, 대선 주자들에게 흔들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강 대표의 한 측근은 “지난달 30일 강 대표가 ‘경선 규칙을 내가 직접 마무리하겠다’는 내용의 쇄신안을 내놨을 때 박 전 대표는 이를 수용했다. 그런데 지금 와서 이의를 달고 있다”며 “강 대표는 더 이상 대선 주자들에 끌려 다녀서는 본선에서 이길 수 없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재완 비서실장은 “대선 주자들이 모두 벼랑끝 전술을 쓰니 강 대표도 최후 카드를 꺼낸 것”이라고 말했다.
강 대표는 박 전 대표의 도움으로 지난해 7월 당 대표가 되고 4·25 재보선 참패 책임론에서도 벗어날 수 있었다. 그는 이번에 중재안 발표 뒤 ‘강재섭-이명박 밀약설’이 나도는 것에 매우 분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대표는 측근들에게 “내가 옆집 ×개도 아니고…”, “구질구질하게 하지 않겠다” 등의 표현까지 썼다고 한다. 이날 박 전 대표 지지자들이 서울 염창동 당사를 찾아와 물리력을 행사한 것도 강 대표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로는 당내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 사이에 ‘제3의 합의안’을 이끌어내려는 물밑 작업이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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