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경선후보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가 8일 오후 ‘2007 한국교회 대부흥 100주년 기념대회’가 열린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예배 중 찬양이 끝난 뒤 박수를 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이명박쪽 운하보고서 유출, 검찰고소 등 ‘공세’폈으나 ‘자충수’
대선주자들 가운데 지지율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예비후보 진영이 잇단 자충수로 곤경에 처했다. 잇단 자충수를 두는 동안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은 지속적으로 떨어져, 2위인 박근혜 후보와의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
이명박 후보쪽은 이 후보와 형제, 처남 등을 둘러싼 부동산 투기 의혹과 경부운하에 대한 검증이 잇따르자 이를 정권 차원의 ‘이명박 죽이기’로 규정해, 청와대에 화살의 과녁을 맞추고 검찰에 고소·고발을 하는 등 강력한 대응을 해왔다.
그러나 이명박 후보쪽은 스스로 “검찰이 밝혀달라”며 고소·고발한 사건을 검찰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에 배당하고 철저·신속 수사를 밝히자, 갑자기 태도를 바꿔 ‘수사 확대’와 ‘계좌 추적’ 등 실체적 진실 규명에 제동을 거는 등 모순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 9일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강하게 질타하고 소 취하를 요구하자, 이명박 후보쪽은 “우리 캠프에서 한 것이 아니라, 다스와 김재정쪽에서 명예회복을 위해 한 것”이라며 발을 빼고 나섰다.
이명박 캠프쪽은 “취하 여부는 김씨가 결정할 문제”라면서도, 당 지도부의 요구를 받아들일 지 고민하는 분위기이다. 박형준 대변인은 9일 “검찰의 정치공작 개입을 막아야 한다는 당 지도부의 고뇌를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고소인이 당한 명예훼손에 어떠한 사정 변화도 없는 현시점에서 일방적인 고소 취하는 적절치 않다고 본다”고 말해, 캠프의 고민을 내비쳤다.
이명박쪽, 정권 차원 ‘이명박 죽이기’ 규정 잇단 ‘강력 대응’
그러면서도 이 캠프쪽은 최근의 사태를 ‘이명박 죽이기’를 위한 집권세력의 조직적 음해공작으로 규정하고 강력 대응한다는 방침을 거듭 확인했다. 청와대를 정점으로 한 현정권의 핵심부가 한나라당 경선에 개입해, 본선 경쟁력이 강한 후보를 낙마시키고 정권을 연장하기 위해 검찰, 국가정보원, 국세청 등 권력기관을 총동원하고 있다는 판단 하에 강력한 대정부 투쟁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후보쪽의 장광근 대변인은 9일 논평을 내어 “권력기관이 총동원돼 역할분담을 통해 '이명박 고사작전'을 진행하는 느낌”이라며 “야당 대선후보 경선이 정권이 치르는 경선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 대변인은 그 사례로 ▲수자원공사 등 국책연구기관을 통한 한반도 대운하 공약 흠집내기 ▲국세청 및 행자부의 국가전산자료 유출을 통한 '정치적 몰카 촬영' ▲검찰의 후보선정 영향력 행사 의구심 ▲국정원의 X-파일 유포 의혹 등을 들었다. ‘경부운하 청와대 개입’ ‘검찰 고소·고발’ 자충수로 ‘부메랑’
그러나 이명박 후보쪽이 공세적으로 제기하고 나선 ‘정권 차원의 이명박 죽이기’ 의혹은 속속 ‘불발탄’ 내지 ‘부메랑’이 되어 이 캠프쪽에 떨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이명박 후보쪽이 청와대가 유출했다고 지목해 공격한 경부운하 보고서의 경우 경찰 수사에 의해 ‘수자원공사 간부→결혼정보업체 대표 김모씨→ 언론사’로 유출 경로가 확인되었고, 9일 경찰은 이 보고서의 존재를 박근혜 후보 캠프쪽에서 앞서 알았다고 발표했다. 청와대 홍보수석실은 지난달 28일 “근거없는 정치공세에 청와대에 사과하라”고 이 후보쪽을 비판한 바 있다.
이 후보와 형인 이상은씨, 처남 김재정씨의 부동산 관련 투기의혹 및 소유·거래 자료 유출에 대해 검찰에 고소·고발을 한 사건도 ‘부메랑’을 맞을 지경에 처했다. 이재오 최고위원은 이 후보와 관련된 3건의 고소·고발 사건에 대해 “단순 명예훼손 사건으로, 건당 하루씩 3일이면 끝난다”며 검찰의 수사 확대를 반대하고 나섰다.
이명박 후보쪽 이재오 최고위원과 박형준 대변인은 9일 오전 당 지도부의 강한 질책 이후 ‘고소·고발 취하 고려’를 시사한 상태다. 그렇지만 자기 손으로 검찰에 고소·고발을 제기한 이 후보쪽이 스스로 “수사 확대와 계좌추적에 반대”라며 반발한 것과, 당 내 분란 제기를 이유로 소 취하에 나서는 것은 이래저래 이 후보쪽의 ‘전략 부재’로 귀결될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쪽 ‘소 취하’해도, 열린우리당 피소의원들 강경
당 지도부의 요구로 소 취하에 나서도, 실제로 검찰 수사를 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이 후보쪽이 낸 3건의 소송 중 피소 당사자인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이 후보쪽을 맞고소하겠다는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공작정치저지 범국민투쟁위에 의해 검찰에 수사의뢰된 열린우리당 김종률 의원은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나라당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법적 고소·고발을 해온 만큼 객관적 실체 규명을 위해 당당히 법적 절차에 의해 대응할 것”이라며 “이 전 시장을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지난 3일 한나라당 공작정치저지 범국민투쟁위원회에 의해 이 전 서울시장과 친인척의 금융사기 연루 및 부동산 투기, 위장전입 의혹 등을 제기한 혐의로 우리당 김혁규, 송영길, 박영선, 김재윤 의원 등 4명과 함께 검찰에 수사의뢰됐다.
이재오 ‘국정원에 이명박 X파일 존재’ 주장도 ‘부메랑’ 가능성
이재오 최고위원이 7일 제기한 ‘국가정보원의 이명박 X-파일 작성 의혹’도 또하나의 부메랑이 되어 이 캠프로 되돌아올 가능성이 보인다.
이 최고위원은 김만복 국가정보원장에게 보내는 공개질의 형식을 통해 이 후보가 서울시장으로 재임하던 2005년 3~9월 국정원에서 ‘이명박 엑스파일’을 만들었으며, 이 보고서 3부가 권력 실세들에게 보고됐다고 주장했다. 이 최고위원은 “당시 국정원 국내 담당 최고 책임자가 이명박 엑스파일을 만들도록 지시했고, 국내정치 담당 팀장인 ㅂ씨가 이를 총괄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정원은 강하게 반박하고 나섰다. 국정원은 보도자료를 내어 “정치개입이 없음을 밝힌다”며 “이 최고위원이 검찰에 고발하면 수사에 최대한 협조할 것이다. 사실이 아니면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법적 다툼을 불사할 것을 비쳤다. 국정원의 단호한 태도에 대해 이 최고위원은 9일 “법적·정치적으로 책임을 다 지겠다”고 응수했다.
한편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검찰 수사와 관련해 “한나라당 예비후보들 간에 서로 싸우다가 스스로 검찰에 고소해 놓고, 검찰이 정치공작을 한다고 주장하고 자신들이 필요한 수준까지만 수사해달라고 압력을 넣고 있다”고 이명박 후보쪽의 모순된 태도를 지적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그러면서도 이 캠프쪽은 최근의 사태를 ‘이명박 죽이기’를 위한 집권세력의 조직적 음해공작으로 규정하고 강력 대응한다는 방침을 거듭 확인했다. 청와대를 정점으로 한 현정권의 핵심부가 한나라당 경선에 개입해, 본선 경쟁력이 강한 후보를 낙마시키고 정권을 연장하기 위해 검찰, 국가정보원, 국세청 등 권력기관을 총동원하고 있다는 판단 하에 강력한 대정부 투쟁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후보쪽의 장광근 대변인은 9일 논평을 내어 “권력기관이 총동원돼 역할분담을 통해 '이명박 고사작전'을 진행하는 느낌”이라며 “야당 대선후보 경선이 정권이 치르는 경선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 대변인은 그 사례로 ▲수자원공사 등 국책연구기관을 통한 한반도 대운하 공약 흠집내기 ▲국세청 및 행자부의 국가전산자료 유출을 통한 '정치적 몰카 촬영' ▲검찰의 후보선정 영향력 행사 의구심 ▲국정원의 X-파일 유포 의혹 등을 들었다. ‘경부운하 청와대 개입’ ‘검찰 고소·고발’ 자충수로 ‘부메랑’

이건 우는게 아냐 - 6일 서울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서울경제포럼 창립행사에 참석한 한나라당 대선경선후보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축사를 하던 중 눈주위를 만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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