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3일 낮 청와대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만나 오찬을 함께 하기에 앞서 손을 잡은 채 인사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10개월만의 청와대 회동
박 “당·나라 위해 최선” 의지
대항마 못찾은 MB쪽서 수용
당 세력판도에 유리하게 작용
박, 이재오보다 지도력 커질듯
박 “당·나라 위해 최선” 의지
대항마 못찾은 MB쪽서 수용
당 세력판도에 유리하게 작용
박, 이재오보다 지도력 커질듯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대표의 3일 회동은 주로 민생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대선을 겨냥해 보폭을 넓히려는 박 전 대표에게 이 대통령이 사실상 ‘녹색 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앞으로의 당내 세력판도는 박 전 대표에게 유리하게 펼쳐질 가능성이 커졌다.
박 전 대표는 이날 55분에 걸친 이 대통령과의 단독 회동에서 민생 문제를 언급하며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말씀하신 대로 되도록 박 전 대표가 꼭 노력해달라”고 박 전 대표의 역할을 강조했다. 박 전 대표가 “물가는 많이 상승하고, 전셋값도 몇천만원씩 오르고 가계 부채는 사상 최고치이며 경제 지표는 괜찮은데 국민의 체감경기는 심각하다”고 쓴소리를 했지만 이 대통령은 “국정의 중심을 서민과 저소득층, 민생에 두겠다.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특히, 박 전 대표는 “꼭 당직에 있지 않더라도 당이 민생 문제를 해결하고 신뢰를 얻기 위해 저도 당과 나라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정치적 보폭을 넓힐 계획을 밝혔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그렇게 힘써달라”고 화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표가 활동폭을 넓히겠다는 뜻을 건네자 이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이는 박 전 대표가 대선주자로서 본격적인 행보를 하겠다는 뜻을 전달했고 이 대통령은 포괄적으로 ‘양해’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8월 회동 당시 “이명박 정부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에 대한 협력관계를 확인”한 것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청와대로선 박 전 대표가 민생 행보를 하는 과정에서 청와대의 뜻과 차이가 있는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더라도 이를 ‘묵인’하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는 “대통령이 마음 편하게 할 일을 하시라는 의미였느냐”는 물음에 “그렇다”라고 답했다.
이날 회동은 두 사람의 신뢰관계에서 비롯했다기보다는 현실적인 역학관계를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집권 4년차, 지지율 내리막길에 들어선 청와대로선 박 전 대표의 존재와 정치적 영향력을 인정함으로써 국정의 안정적 운용을 꾀하겠다는 생각으로 보인다. 4·27 재보선 패배 이후 소장파와 친박 중심의 쇄신파가 원내 지도부를 장악하는 등 박 전 대표의 여권 내부 영향력이 커진 점을 이 대통령도 인정한 것 같다.
박 전 대표로선 대통령과의 불화를 불식할 필요가 있었다. 대선 주자로서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려면 청와대의 묵인 내지 양해를 구할 절차가 필요했다. 그동안 박 전 대표 진영에선 “이명박 정부와 차별화가 더 늦으면 도매금으로 같이 넘어가게 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박 전 대표의 행보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의 한 측근은 “박 전 대표의 활동 보폭이 좀 더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측근들은 박 전 대표가 최고중진 연석회의 등 당무에 참석할 가능성을 점치기도 한다. 여권 내부 힘의 균형추도 박 전 대표 쪽으로 확실하게 기울 것으로 보인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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