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왜 조용환 비토하나 ‘천안함 발언’ 문제 삼지만
진보 재판관 거부정서 강해
당 일부서도 “너무 지나쳐”
진보 재판관 거부정서 강해
당 일부서도 “너무 지나쳐”
한나라당은 조용환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 선출을 거부하는 가장 큰 이유로 그의 천안함 발언을 꼽는다. 안보관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에서 추천한 조 후보자는 6월 인사청문회에서 천안함 사건이 북한 소행이냐는 물음에 “정부에서 그렇게 발표를 했고 저도 그럴 거 같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본인의 확신을 말해달라는 물음엔 “정부를 불신해서가 아니라 확신을 할 수 있는 그런 표현을 쓸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이 발언을 근거로 조 후보자의 국가관과 정체성을 문제 삼고 있다. 이두아 원내대변인은 15일 “천안함 발언을 보면 조 후보자의 대북관이 매우 의심스럽다”며 “당내에서도 헌법재판소 재판관으로서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다수”라고 말했다. 황우여 원내대표도 전날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천안함 폭침에 대해 끝까지 ‘북한 소행으로 확신할 수 있느냐’는 조 후보자 태도의 뜻이 무엇인지 밝히고 국민의 우려를 씻어야 한다”고 말했다. 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조 후보자의 위장전입 문제도 한나라당에선 부적합 사유로 꼽는다.
그러나 당내에선 조 후보자에 대한 색깔공세로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뜻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 초선 의원은 “사실 요즘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굉장히 민감한 시기 아니냐”며 “보수 결집이란 차원도 없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6년 임기에 연임할 수 있는 헌법재판소 재판관 자리에 보수적 색채와는 거리가 먼 조 후보자가 가는 걸 꺼리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많다. 서울의 한 초선 의원은 “천안함 발언은 사실상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며 “조 후보자의 과거 판결 성향을 보면 도저히 헌법재판소라는 기관에서 재판관을 맡는 건 부적절한 것 같다. 조 후보자의 노선과 한나라당 노선은 공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구원이 얽힌 여야 간 기싸움이란 이야기도 있다. 한 민주당 당직자는 “한나라당에서는 ‘우리가 추천한 공직 후보자를 과거 열린우리당이 결사반대해 3차례 낙마시킨 적이 있다’는 말을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안에선 강경 보수 의원과 보수 여론에 당이 관성적으로 휩쓸리고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일부 나온다. 한 당직자는 “조 후보자가 천안함 사건에 대해 정부 발표를 신뢰한다고 전제했음에도 직접 보지 않았기에 확신할 수 없다는 발언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을 보면서 씁쓸했다”고 말했다. 또다른 재선 의원도 “조 후보자를 마치 빨갱이처럼 몰아가는 분위기엔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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