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원 국무총리가 28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뉴스분석] 정홍원 총리 대국민담화
“국정원 사태 대립 안타까워
혼란 계속땐 경제 도움 안돼”
재판·수사 뒤 엄정조처 강조
‘내용·형식 어정쩡’ 비판 일어
“국정원 사태 대립 안타까워
혼란 계속땐 경제 도움 안돼”
재판·수사 뒤 엄정조처 강조
‘내용·형식 어정쩡’ 비판 일어
정국 현안에 줄곧 ‘침묵’하던 박근혜 대통령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러나 국민 앞에 직접 나서서 진솔하게 말하는 대신 국무총리의 입을 빌려 ‘대독 담화’를 냈다. 내용도 지금까지의 상황인식과 대응 방식을 그대로 반복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정홍원 총리는 2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국민 담화를 내어 “(경제회복의 불씨를 살려야 할) 이렇게 중요한 시기에 아직도 대선 과정에 있었던 국가정보원 댓글과 북방한계선(NLL) 관련 의혹 등으로 혼란과 대립이 이어지고 있어 행정부를 통할하는 총리로서 매우 안타까운 심정”이라며 “국정원 댓글을 포함한 일련의 의혹에 대해 실체와 원인을 정확히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정 총리는 이어 “대통령은 처음부터 대선에서 국정원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않았고, 나아가 역대 어느 정부보다 강도 높은 국정원 개혁을 하겠다는 점도 밝히신 바 있다”며 “정부는 사법부의 판단과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다. 책임을 물을 것이 있다면 결코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믿고 기다려 주시길 부탁드린다”면서도 “재판과 수사가 진행 중인 이 문제로 혼란이 계속되면 결코 국민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담화는 청와대와 상의해 박 대통령의 뜻을 담은 이른바 ‘대독 담화’였다. 총리실 직원들도 전날인 27일 저녁에야 담화문 발표 일정을 통보받았고, 원문은 아침 7시께 전달됐다고 한다. 총리실 관계자는 “총리 혼자서 결정해 낸 담화문은 분명히 아니다. ‘국정원 댓글’이라는 정치적 사안에 대한 입장이 담긴 만큼 청와대와 사전 조율 과정을 거쳤다”고 말했다.
담화는 국정원 사건의 ‘엄정 처리’를 강조하면서도, 이 사건을 둘러싼 민주주의 훼손 논란을 ‘혼란’으로 간주하는 등 박 대통령의 기존 인식을 그대로 드러냈다. 정치권이 민생법안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비난한 것도 똑같다. 정 총리는 “경제 활성화와 민생경제 관련 법안들이 하루라도 빨리 처리될 수 있도록 국회와 정치권의 협력이 필요하다”며 외국인투자촉진법안 등의 국회 처리를 거듭 촉구했다. 현 정부 들어 불거진 검찰 수사에 대한 외압, 국정원의 수사방해 의혹 등에 대해선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침묵이 오래 지속된다는 비판을 무마하는 차원으로 보이지만, 기존 대통령의 인식에서 일보도 진전된 게 없다”며 “형식적으로 진정성도 안 느껴지고, 오히려 야당이나 비판세력이 공세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드는 것 같다”고 평했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는 “대통령의 오기도 대단하다는 생각은 든다. 형식이라도 밀리고 싶지는 않았던 것 같다”면서도 “늦은 감은 있지만 현 정부 차원에서 사건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관련자 처벌이나 재발 방지 노력을 보인 것이 포인트라는 점에서 비교적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석진환 최현준 송채경화 기자 soulfat@hani.co.kr
‘대독 담화’로 ‘댓글 정국’ 못 덮는다 [#185 성한용의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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