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후(현지시각) 바라카 원전 방문 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아부다비에서 내륙 쪽으로 170㎞ 떨어진 사막을 찾았다. 문 대통령은 매사냥을 구경한 뒤 “내 팔 위에 매를 직접 앉혀보고 싶다”고 자청했다. 아부다비/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아랍에미리트를 공식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왕세제로부터 이례적인 환대를 받았다.
문 대통령은 무함마드 왕세제의 초청으로 26일(현지시각) 오후 그의 사저인 바다궁을 1시간 가량 방문했다. 문 대통령을 맞이한 무함마드 왕세제 부부와 가족들은 차에서 내리는 문 대통령 부부를 현관에 나와 맞았다. 무함마드 왕세제는 문 대통령 부부에게 자신의 세 딸과 손주들을 소개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가까운 지인이나 친지들에게도 가족의 얼굴을 공개하지 않는 아랍 국가의 관례에 비춰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무함마드 왕세제는 “신은 두 나라를 만나게 해줬고, 동맹에 가까운 친구 사이로 만들어 줬다”며 “우리 관계는 더 발전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문 대통령에게 “50년 뒤면 석유와 가스는 더 이상 생산되지 않고 하천수도 없는 상황이 된다. 요즘 관심은 해수 담수화와 대체 에너지 문제에 있다”며 한국에 해수 담수화 기술과 사막 농업 개발 협력을 요청했다. 그는 바라카 원전에 근무하는 한국인들의 근면성을 추어 올리면서 “아랍에미리트 사람들은 원래 박수도 느릿느릿 쳤는데 한국인들과 어울리며 박수의 속도도 빨라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그는 “아랍에미리트는 항상 한국 옆에서 한국 편을 들 것이고, 계속해서 한국의 친구로 남을 것이다”고 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사저로 우리 부부를 초청해 가족까지 소개한 것은 최고의 환대와 정성을 보여준 것”이라며 “왕세제가 베풀어준 최고의 환대에 감사드린다. 이는 저 개인에게 주는 환대일 뿐 아니라 우리 국민에게 주는 환대다”라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어 “손님을 정성껏 모시는 것은 한국이 아랍에미리트 못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며 “가급적 빠른 시기에 방한해달라”고 요청했다.
사저 방문에 앞서 문 대통령은 아부다비에서 170㎞ 떨어진 내륙에서 사막 체험을 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바람에 따라 이뤄진 것이다. 그는 전날 정상회담 때 무함마드 왕세제에게 “사정이 허락한다면 베두인(사막 유목민) 문화도 직접 체험하고 싶다”고 했고, 이를 왕세제가 받아들였다. 왕세제는 헬기 두대와 수십여대의 차량과 사막 가운데 있는 리조트인 ‘신기루성’을 내줬다. 문 대통령은 모래 사막을 맨발로 걷고 매사냥을 구경했다. 문 대통령은 바다궁에서 왕세제에게 “모래 언덕을 맨발로 걸었는데 뜨거워 혼났다. 마치 사막도마뱀처럼 왼발, 오른발을 바꿔 가며 껑충껑충 뛰었다”고 소감을 말하기도 했다. 무함마드 왕세제는 이날 오전 바라카 원전 1호기 완공 기념식 때는 자신의 차량에 문 대통령을 태우고 직접 운전해 기념 사진 촬영장까지 가는 파격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무함마드 왕세제가 각별히 문 대통령을 환대한 것은 자신들이 지닌 한국에 대한 믿음과 기대를 저버리지 말라는 소망과 당부의 마음이 함께 묻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부다비/성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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