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스-탕자쉬안 통화뒤 상황변화 조짐
힐, 베이징 도착해 “중국 요청으로 왔다”
북-미 절충 모양새…‘6자’ 오늘 ‘분수령’
힐, 베이징 도착해 “중국 요청으로 왔다”
북-미 절충 모양새…‘6자’ 오늘 ‘분수령’
북한을 6자 회담 테이블로 돌아오게 하려는 미국과 중국의 움직임이 긴박하다.
중국이 앞에서 끌고, 미국이 뒤에서 미는 모양새다. 미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일본과 호흡을 맞춰 대북 제재 결의안을 밀어붙이던 움직임을 잠시 멈추고, 중국의 북한 설득 노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러나 마냥 기다리지는 않겠다는 태도다.
우선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이 바삐 움직인다. 그는 6자 회담 미국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의 베이징 방문을 지시했다. 숀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은 10일(현지시각) 정례브리핑에서 힐 차관보가 왜 다시 베이징으로 가는지 질문이 쏟아지자, “라이스 장관이 ‘(중국과) 추가협의를 하라’고 그를 보냈다”며 “그의 임무를 잘 모르지만, 거기에 마냥 있지는 않을 것이고, 다른 곳에 들르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스 장관이 상대역인 리자오싱 외교부장보다 높은 급인 탕자쉬안 중국 국무위원한테 10일 밤 전화를 걸어 협의한 것도 이례적이다. 힐 차관보의 베이징 방문은 이 통화에서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힐은 중국의 요청으로 왔다고 밝혔다.
11일 오후 베이징에 도착한 힐 차관보는 “평양에서 이뤄지고 있는 외교적 프로세스에 대해 중국 정부와 긴밀히 협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평양에 가있는 6자 회담 중국 수석대표인 우다웨이 부부장을 사이에 두고 6자 회담 북한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 힐 차관보가 평양과 베이징에서 간접 협의를 하는 셈이다.
중국이 주선·중재하는 북-미 원격지 양자협의 양상만으로는 6자 회담 재개 여부를 점치기가 쉽지 않다. 북한이 즉답을 내놓을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뭔가 또다른 절충이 필요하기에 중국이 힐 차관보를 베이징으로 불렀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북한을 뺀 6자 회담 다섯 참가국은 이미 ‘17일로 시작하는 주에 선양에서 비공식 6자 회담을 열자’는 데 뜻을 모은 상태다.
그럼에도 일부에선 조심스레 긍정적 사태 변화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라이스 장관은 10일(현지시각) 파키스탄 외무장관과 회담 뒤 “북한에 파견된 중국 대표단이 ‘어느 정도 가능성’(some promise)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매코맥 대변인도 “지금 우리 활동의 무게중심은 외교”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후이량위 중국 부총리가 10일 저녁 곽범기 북한 내각 부총리와 함께 ‘북-중 정부간 경제·기술 협력협정’에 서명했다는, 중국 국무원이 주관하는 인터넷 매체 <중국망>의 11일 보도는 상징적이다. 이 협정은 지난해 10월28일 평양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지켜보는 가운데 서명이 이미 이뤄진 바 있다. 중국이 북한에 ‘모종의 선물’을 줬음을 시사하는 보도가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북한이 당장 6자 회담 복귀 결정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여전하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북한의 뜻은 미국이 금융제재를 먼저 풀어야 하고, 힐 차관보가 평양에 와서 설명하는 걸 직접 듣고 (복귀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특사로 6~8일 평양에 다녀온 나나 수트레스나도 이날 “북한의 지도자들은 대화 재개를 막고 있는 장애요인을 제거해야 한다는 기존 태도를 재확인했다”고 전했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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