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역 들머리에서 출근하는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선대위 쇄신 발표 다음날인 6일 지하철 출근인사로 첫 행보를 시작해, 수도권 1기 새도시 재정비 사업 공약을 발표하며 정책 행보를 재개했다. 당 청년보좌역들을 만나 쓴소리를 듣고, ‘스피커폰 참석 논란’을 거듭 사과하며 성난 2030 표심 달래기에도 나섰다.
윤 후보는 이날 오전 8시부터 40여분동안 서울 여의도역 앞에서 출근하는 시민들을 향해 허리를 숙이며 “안녕하세요. 윤석열입니다. 시민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라고 인사를 건넸다. 지하철역 시민 인사는 당초 윤 후보의 공식 일정에 없었지만 이날 새벽에 추가됐다. 이는 이준석 대표가 새로 선임된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을 통해 윤 후보에게 제안했다 거부당했다고 밝힌 이른바 ‘연습 문제’ 가운데 하나다. 윤 후보는 인사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출근 시간에 워낙 바쁘시니까 혹시 폐가 되는게 아닐까 싶기도 했는데, 또 아침 일찍 일터로 나가시는 분들께 조금이라도 좀 신나게 해드리는 일이라면 언제든 마다않고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 제안이 영향을 미쳤나’라는 질문에는 “그건 뭐, 국민과 소통을 많이 해야 하니까”라며 즉답은 피했다.
윤 후보는 선거조직 쇄신을 위해 멈췄던 정책 행보에도 시동을 걸었다. 윤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1기 신도시 재정비를 위한 특별법을 만들겠다”며 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의 용적률을 상향해 10만호를 추가 공급하겠다는 ‘신도시 재정비’ 공약을 발표했다. 현재 169∼226% 정도인 이곳의 평균 용적률을 토지용도 변경과 종상향을 통해 조정하겠다는 것인데, 정확한 상향 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윤 후보는 또 “지금까지 (신도시) 재정비 사업은 집주인만 득을 보고 세입자에게는 큰 혜택이 없었다”며 자금 부담 능력이 부족한 고령 가구에 재정비 기간 중 이주할 주택을 제공하는 한편, 세입자들이 재정착할 수 있도록 일반분양분 우선 청약권과 임대주택 입주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후보는 “재정비 과정에서 이사 수요가 한꺼번에 쏟아져 집값이 들썩이거나 주민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1기 이주 전용단지를 만들어 순환개발을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선대위 해체 등으로 내홍을 겪고 있는 가운데 부동산 문제를 고리로 정책 행보를 재개하며 정국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윤 후보는 전날 벌어진 ‘스피커폰 참사’ 수습에도 나섰다. 윤 후보는 이날 국민의힘 청년보좌역들과 만난 자리에서 “어제 소통본부에서 주관한 청년간담회 행사와 관련해 청년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며 “미스 커뮤니케이션이 많아서 사후에 경위 설명하고 사과하는 과정에서 부적절한 게 많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 자리에서 청년보좌역들은 윤 후보를 향해 쓴소리를 거침없이 쏟아냈다. 스피커폰 사태로 사퇴를 선언한 곽승용씨는 “이준석 대표와 같이 가셔야 한다. 탄핵하라는 (논의도) 나왔다는데, 이 대표는 당에서 선거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유일하게 아는 분”이라며 “그 분을 내팽개치고는 이길 수 없으니 후보님이 가서 말려달라. 이 대표와 긴밀히 협력하는 행사를 갈 때 같이 다니시라”고 조언했다. 한상현 청년보좌역도 “권성동 사무총장이 물러난 게 맞나. 윤핵관들은 말릴 생각 있나“라며 “지금 후보 곁에 간신들, 아첨꾼들, 정치기생충만 가득하다. 그들을 버리고 민심 심판대에 서시라. 그런 각오 없으면 대선 치르나 마나”라고 윤핵관(핵심 관계자)을 겨냥했다. 이어 한 보좌역은 “이 길대로 간다면 반드시 실패할 후보를 보좌해 역사에 죄를 지을 수 없다. 저는 이 자리에서 청년보좌역 직을 내려놓겠다"고 말한 뒤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청년들의 발언을 메모하던 윤 후보는 “뼈아프게 와닿는다”며 “앞으로 중앙 선대기구에 청년 관련 행사는 간부들이 주도하지 말고 청년에게 맡기라”고 지시했다.
장나래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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