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왼쪽)와 이준석 대표가 6일 저녁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포옹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아침만 해도 전략기획부총장 임명안 등을 놓고 면전에서 얼굴을 붉혔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몇시간 만에 화해의 포옹을 하는 극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이 대표가 지난달 21일 선대위에서 물러난 지 16일 만이다.
윤 후보는 6일 저녁 의원총회가 열리고 있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을 찾아 “이준석 대표를 여러분이, 국민이 뽑았다. 저와 대표와 여러분 모두 힘 합쳐서 3월 대선을 승리로 이끌자”고 말했다. 이어 “모든 게 다 후보인 제 탓이다. 오늘 의원들도 대표에게 하고 싶은 말을 다하고, 이 대표도 의원들에게 본인 입장을 다 설명하신 걸로 안다”고 말했다. 또한 “각자가 미흡한 점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가, 당이란 게 뭔가. 선거의 승리를 목적으로 하는 집단이 아닌가”라며 “저희가 대의를 위해 지나간 걸 다 털고, 오해했는지도 아닌지도 다 잊자”고 말했다. 윤 후보는 의원들의 박수 속에 이 대표와 의총장 옆 별도의 공간으로 자리를 옮겨 대화를 나눴다.
이내 의총장에 다시 나타난 두 사람은 정권교체를 위해 힘을 합치겠다며 ‘원팀’을 선언하며 얼싸안았다. 의원들은 열띤 박수로 환호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당 대표가 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친 뒤 이 대표가 자신의 아이오닉 당 대표 차를 운전해서 평택 화재 현장으로 출발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이 대표는 윤 후보와 화해한 뒤 “오늘 후보님이 의총 직후 평택에 가시는 일정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제가 국민의힘 대표로서, 그리고 택시 운전 면허증을 가진 사람으로서 후보님을 손님으로 모셔도 되겠습니까”라고 물었다. 윤 후보는 경기도 평택의 냉동창고에서 화재를 진압하다가 순직한 소방관 빈소를 찾을 예정이었다. 이 대표 발언을 듣고 있던 윤 후보가 제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 보였다. 의원들이 일제히 손뼉을 치며 환호하자 이 대표는 “이렇게 쉬운 걸 말입니다”라고 화답했다.
윤 후보는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피는 물보다 진하다. 피 같은 당원, 국민의힘에 같이 뼈를 묻기로 함께하기로 한 사람이다. 화해라고 할 것도 없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유일하게 두려운 것은 이기지 못하는 것뿐”이라며 “두려움을 극복하려면 이기기 위해서 힘을 합치고 수단과 방법 가리지 않고 승리를 위해 협력할 것을 잘 알고 있다. 지금까지 많은 고민은 각자 위치에서 선거의 승리를 위한 고민이었다”고 말했다.
이후 이 대표는 지난해 출고해 수행 기사 없이 출퇴근용으로 써오던 전기차에 윤 후보를 태워 평택으로 출발했다. 뒷자리에는 김기현 원내대표와 권영세 사무총장이 앉았다.
배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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