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을 방문중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24일 오전 (현지시간)독일의 뉘렌베르크 RMD 운하를 방문, 운하의 필요성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뉘렌베르크=연합뉴스)
24일 오전 11시20분(현지시간), 독일 뉘른베르크의 힐폴트슈타인 갑문. 마인강과 도나우강 사이의 육지 171㎞를 파서 물길을 낸 마인-도나우 운하의 해발 400m 정점인 이 곳에, 목재를 실은 네덜란드 화물선이 도나우강 쪽에서 들어왔다. 배가 앞뒤 두개의 갑문에 갇히자 서서히 물이 불어오르면서 배도 함께 떠올랐다.
20여분 동안 갑문 사이에 물을 채워 수면을 2 가량 높이자, 운하의 수면은 반대쪽 마인강의 수면과 같아졌다. 앞쪽 갑문이 내려가자 배는 마인강을 타고 유유히 앞으로 나아갔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이 광경을 바라보며 “운하라는 게 이렇게 간단한 거다. 요즘엔 기술이 더 좋아져서, 우리는 (갑문 통과 시간을) 더 단축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유럽을 방문중인 이 전 시장은 이날 뉘른베르크 운하를 둘러보며, 내년 대선을 위해 준비중인 핵심 공약 ‘한반도 대운하’ 구상을 한층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이 전 시장이 찾은 마인-도나우 운하는 북해 항구 로테르담에서 흑해의 항구 콘스탄자까지 총연장 3500km의 내륙을 관통하는 라인-마인-도나우(RMD) 운하 중에서도 가장 난공사 구간으로 꼽힌다. 마인-도나우 운하는 1961년 본격적으로 공사가 시작됐으나, 환경 파괴와 경제성 논란으로 1982년 중단 위기에 놓였다가 공사를 재개해 1992년 완공됐다. 건설에 23억유로달러(한화 2조7천억여원)가 들어갔다. 독일 전체 화물의 15%가 수로를 통해 움직인다고 한다.
이 전 시장은 낙동강 상류(문경)와 남한강 상류(충주)가 맞닿는 문경새재 부근의 해발 140m 지점인 조령에 길이 20.5㎞의 운하(터널)를 뚫어, 부산부터 강화까지 총 553㎞의 물길을 잇는다는 구상을 내놓고 있다. 이렇게 하면 △물류비 절감 △일자리 창출 △지역 균형발전 △관광·문화산업 증진 △홍수·가뭄 예방 등의 효과가 생긴다는 게 이 전 시장의 주장이다.
그는 “유럽에서 운하가 내륙 발전과 통합에 기여했듯이, 한국에서도 갈라진 국민 정서를 하나로 모으는 데 도움이 된다”며 “한반도 대운하는 경부고속도로에 이은 대한민국의 제2 도약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운하를 북한 신의주까지 연결할 구상을 내비치면서 “북한 핵문제가 해결되면 내년에라도 대동강, 청천강 등에 답사를 가겠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의 독일 방문엔 운하 구상을 둘러싼 여러 가지 논란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가 깔려 있다. 환경 파괴 논란에 대해 그는 마인-도나우 운하의 물줄기를 가리키며 “이걸 누가 인공으로 파헤친 운하라고 생각하겠느냐. 얼마나 친환경적이냐”고 반문했다. 운하가 ‘고인 물’이라는 지적에 대해선 “저렇게 갑문으로 늘 새로운 강물이 섞이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그는 “1차적인 기술적 검토는 이미 끝났다. 준비만 다 되면 공사기간은 4년이 채 안 걸릴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 전 시장의 운하 구상은 대권을 향한 그의 꿈과 직접 연결된다. 운하 구상은 청계천 복원사업처럼 치열한 찬반 논란을 일으키며 대선후보 경선과 본선에서 큰 관심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이미 한나라당 안에서도 “운하 건설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전 시장은 다음달과 내년 초 두차례에 걸쳐 유럽의 운하 전문가들을 국내로 초청해 세미나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청계천 복원에 이은 초대형 ‘물길 프로젝트’를 타고 그는 대선을 향해 거침없이 달려가고 있다.
뉘른베르크(독일)/<한겨레>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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