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오른쪽 두번째)가 27일 저녁 서울 신촌의 한 음식점에서 경선 때 자신을 도와준 원내외 당협위원장 등과 함께 식사를 하며 대선승리를 다짐하는 건배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기택 전 민주당 총재, 박희태 전 공동선대위원장, 이 후보, 김덕룡 전 공동선대위원장.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는 27일 저녁 서울 신촌의 한 고깃집에서, 경선 때 자신을 도와준 국회의원 및 원외 당협위원장 등 150여명을 모아 해단식을 했다. 박근혜 전 대표에 밀렸던 ‘당심’ 쪽에서 뒷받침해준 이들을 격려하는 자리였다.
패자인 박 전 대표 쪽과 한날한시에 만찬을 하면서 결과적으로 ‘자축연’으로 비치게 됐다. 이런 시선을 의식한 듯, 이 후보와 참석자들은 과도한 웃음이나 연호 등은 자제했다.
이 후보는 부쩍 당 화합과 함께 겸손한 태도를 강조했다. 이 후보는 인사말에서 “우리의 승리를 우리끼리만 자축한다는 것이 매우 조심스러운 것 같다”며 “이 시간 이후로 우리, 너희, 이 캠프, 저 캠프라는 게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기쁨도 감춰야 하며, 하고 싶은 말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후보는 “경선 과정에서 개인적으로, 캠프끼리 섭섭한 점도 있었고 오해할 만한 일도 있었지만, 저는 빠른 속도로 잊어가고 있다”며 “우리는 더 큰 고지를 향해서 올라가야 할 처절한 싸움을 앞에 두고 있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신발끈을 조여매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이기택 고문과 박희태·김덕룡 공동선대위원장이 자신을 치켜세우고 참석자들이 박수를 칠 때도 담담한 표정을 유지했다.
이 후보의 핵심측근인 이재오 최고위원은 “싸움은 단순해졌다. 경선에선 이것저것 고려할 게 많았지만, 본선에서는 국민의 이름으로 무능한 정권을 심판하면 된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비공개로 이어진 식사 때 “이명박 대통령!”, “이대로!” 등을 건배사로 외치며 잔을 부딪쳤다. 행사장 입구에서는 모금함을 설치해 두고 밥값 2만원씩을 거뒀다. 요리는 불고기였다.
이 후보는 앞서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도 강재섭 대표의 유임 뜻을 밝히는 등 당심을 추스르려 애썼다. 이 후보는 회의에서, 경선 직후인 지난 21일 강 대표와 신상문제를 논의한 사실을 거론하면서 “그 자리에서 강 대표가 중심이 돼 경선도 잘 치렀고, 12월19일 더 큰 일을 앞두고 당 대표로서 중심이 돼 잘 해나가자는 부탁을 드렸다”고 말했다. 앞서 강 대표는 지난 4·25 재보선 패배 이후 지도부 총사퇴론이 제기되자 “후보가 선출되면 후보와 거취를 상의해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이재오 최고위원은 자신의 ‘2선 후퇴’ 논란과 관련해 <한국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최고위원으로서 필요한 것을 하는 것”이라며 2선으로 물러날 뜻이 없음을 분명히했다. 이 최고위원은 또 ‘박근혜 전 대표 쪽이 먼저 반성부터 해야 한다’는 자신의 최근 발언이 박 전 대표 쪽을 자극한 것과 관련해 “내 말에 가시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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