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혔던 강연일정 3시간전 취소…연설때 겨우 300~400명
투숙도 장급 모텔서…5년전 ‘화려했던 시절’과 천양지차
투숙도 장급 모텔서…5년전 ‘화려했던 시절’과 천양지차
#1 “어제 이회창 후보가 묵은 곳은 ‘러브호텔’ 수준의 장급 모텔이었다. 조명이 너무 약해 후보가 연설문이나 신문, 책을 보기가 어려웠다. 이 후보가 불편한지 ‘불이 좀 밝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측근 최형철 박사)
#2 “지난 12일 대전 강연은 애초 그 지역 한 언론사가 주최하기로 돼 있었다. 그런데 시작 3시간 전에 갑자기 내부 사정으로 취소한다고 연락이 왔다. 부랴부랴 다른 단체 주최 강연으로 바꿨다” (이영덕 공보팀장)
지난 12일부터 전국을 순회 방문 중인 이회창 후보가 무소속의 설움을 톡톡히 겪고 있다. 스스로 표현했듯이 과거 “한나라당이란 거함의 선장” 시절 톨게이트에서부터 당직자와 지지자들이 그를 맞이하던 때와는 판이한 처지다. 대전·대구·부산에서 그의 강연은 300∼400여명 안팎의 청중이 모인 비교적 소규모로 진행됐다. 방문 지역의 국밥집 등 식당에서도 이 후보를 찾는 사람은 드물었다. 몇몇 열성 지지자들이 그를 기다렸을 뿐 과거 익숙했던 ‘도열한 대규모 지지자’들은 없었다. 그나마 그가 ‘정치적 고향’으로 생각하는 대구의 서문시장에선 1천여명이 넘는 인파가 몰린 게 눈에 띄었다. 그러나 이 후보는 이곳에서 달걀 세례를 받았다.
14일 부산 범어사를 찾았을 때는 주지 스님으로부터 기운이 빠져 보인다는 말을 들었다. 주지인 대성 스님은 이 후보에게 “대통령에 출마했으면 장판교에서 백만대군에 맞서는 장비 같은 모양이어야 하는데, 기운이 많이 빠진 것 같다. 여기서 기운 좀 많이 얻어 가라”고 말했다. 이에 이 후보는 “그렇게 보이느냐. 보다시피 제가 뭐가 있느냐. 저 혼자 발로 뛰고 있다”며 “혼자 뛰고 있으니 정치적으로도 좀 도와 달라”고 말했다. 부산/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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