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들머리에 서 있는 정부 각 부처의 층별 안내판 모습. 인수위는 중앙 행정조직을 ‘대부처 대국’ 원칙에 따라 축소 조정하는 내용의 정부 조직개편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부처 쪼개지면 경험 무용지물”…‘억울하다’ 하소연
인수위원이 “위원장에게 로비해” 파워게임 양상
인수위원이 “위원장에게 로비해” 파워게임 양상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정부조직 개편 작업 막바지에 이르러 통폐합되는 부처 산하의 실·국을 어디로 배치할지 ‘퍼즐 맞추기’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인수위 핵심 관계자는 “밑(실국)에서 틀어지면 위(부처)도 전부 다시 짜야 하므로, 세부적인 기능을 계속 체크하고 있다”며 막판까지 고민을 거듭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해당 부처의 실·국을 중심으로 최대한 자신들에게 유리한 조건을 만들기 위해 발버둥치는 모습도 눈에 띈다.
■ 실·국별 물밑 2차대결=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의 통합은 ‘공룡 경제부처’ 탄생 논란을 빚고 있는만큼, 해당 실·국의 생존경쟁이 치열한 편이다. 당장 기획·조정 기능을 담당하는 부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재경부의 경제정책국과 정책조정국, 예산처의 재정전략실이 여기에 해당한다. 재경부 고위 관계자는 “솔직히 외부에는 마땅히 주특기가 없는 부서로 비치는 게 사실 아니냐”며 “참여정부 들어 예산처가 조직을 크게 늘렸는데 재경부로서는 억울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예산처 고위 관계자는 “공공혁신본부 조직은 딱히 갈 데가 없어 재경부와 합쳐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다른 부처로 뿔뿔이 흩어질 가능성이 높은 부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정보통신부의 경우, 정부통합전산센터를 운영하는 ‘미래정보전략본부’와 정보보호 정책을 담당하는 ‘정보보호기획단’은 행정자치부로, 컴퓨터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육성을 맡고 있는 ‘소프트웨어진흥단’은 문화관광부로, 나머지는 산업자원부로 갈 가능성이 높다. 정통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 조직개편에서 방송통신위원회도 함께 만들기를 희망하고 있다”며 “일단 쪼개져 각 부처로 옮겨버리면 인력이 섞여 다시 모으는 게 어렵다. 정통부가 그동안 정보통신 정책을 펴면서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할 수 없다”는 논리를 폈다.
과학기술부도 사정이 급하긴 마찬가지다. 과기부 고위 관계자는 “교육부와 합쳐지면 교육에 대한 국민적 관심에 밀려 과학기술이 죽을 수도 있다”며 “애초 원칙대로 고등교육 부분만 과기부와 통합하지 않는다면 교육도 죽고 과학도 죽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과학기술혁신본부는 청와대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 원자력 정책은 산자부로 넘겨질 공산이 크다.
■ 막판 로비 총력전=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결론이 나도록 막판 로비전도 한창이다. 이런 가운데 인수위 안 파워게임 양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농촌 출신인 홍문표 경제2분과 인수위원은 10일 농업 관련 단체들과의 모임에서 “인수위 안에 농업 대표가 나 한 사람뿐”이라며 “이경숙 위원장 등에게 로비를 펼쳐라”고 농림부 간부 등 참석자들에게 직접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양수산부 폐지엔 한나라당과 통합신당의 부산·경남 출신 의원들이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11일 성명을 내어 “신성장 동력을 창출하고 있는 해양수산 분야에 대한 기능은 더욱 확대돼야 한다”며 “특히 성공적으로 유치한 여수세계박람회의 차질 없는 개최 준비를 위해서도 해양부는 존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부산 영도 출신의 김형오 인수위 부위원장도 인수위 안에서 해양부 폐지 반대 논리를 적극적으로 펴고 있는 중이다.
한편, 막판 조율이 길어지면서 최종 개편안은 예상보다 하루이틀 늦은 다음주 초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주호영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13일이나 14일 발표가 현재로서는 쉽지 않아 보인다”며 “그 이후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14일 이명박 당선인의 신년 기자회견 이후인 15일 발표 가능성이 높아졌다.
최우성 오철우 김재섭 기자 morg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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