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의 기능이 국토해양부와 농수산식품부로 넘어가면서 부처가 없어지는 인수위의 정부조직개편안이 발표된 16일 서울 종로구 계동 해양수산부 청사에서 한 직원이 고개를 숙인 채 걷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각 부처 표정]
정통부, 삼삼오오 모여 ‘앞날’ 걱정
홍보처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외교부, 말아끼며 주위 반향 살피기
정통부, 삼삼오오 모여 ‘앞날’ 걱정
홍보처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외교부, 말아끼며 주위 반향 살피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마련한 정부조직 개편안이 16일 발표되자 각 부처가 보인 ‘반응의 스펙트럼’은 폭이 넓었다.
예상대로 통폐합의 ‘대상’으로 지목된 통일부·정보통신부·해양수산부 등은 초상집을 떠올리게 한 반면, 다른 부처를 합쳐 더욱 ‘힘’이 실리게 된 외교통상부와 산업자원부 등은 표정관리에 애를 쓰며 다른 부처와 여론의 반응을 살폈다.
■ ‘초상집’ 된 통일·해수·정통부= 인수위 발표 하루 전인 15일까지만 해도 통일부 존치를 전제로 일부 업무 조정 등을 검토하던 통일부 당국자들은 부처 폐지 소식에 “그게 정말이냐”고 되묻거나 “뜻밖”이라며 당혹감을 나타냈다.
통일부는 부처폐지 방침에 대해 공식 반론을 펼 계획은 없으나, 남북관계의 특수성과 한반도 평화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사실상의 ‘통일부 공중분해안’을 수긍하기 어렵다는 정서가 팽배하다. 한 통일부 당국자는 “그동안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 통일부의 역할이 중요했다”며 “단순한 부처의 존폐 문제를 넘어 남북관계에 어떤 대안을 갖고 통일부를 없애려는지 궁금하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지식경제부와 문화부, 방송통신위원회로 뿔뿔이 흩어지게 된 정보통신부는 말 그대로 초상집 분위기다. 한 팀장은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며 “모이는 곳마다 어느 부처로 옮겨갈지를 묻고 불안해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다만 방송과 통신의 정책과 규제 기능이 대통령 직속의 방송통신위원회로 통합돼 그나마 다행이란 반응도 나오고 있다.
건설교통부와 농림부에 기능을 나눠주고 이곳저곳으로 흩어질 운명에 놓인 해양수산부 직원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국회 처리 절차에 한가닥 기대를 거는 모습이었다. 출범 11년 만에 돛을 내리게 된 해양수산부 직원의 3분의 2는 해운과 항만을 맡을 국토해양부로, 나머지는 농림수산부로 옮기게 된다. 이 과정에서 과장급 이상 간부 가운데 30~40%는 보직을 잃고 본부대기 상태가 되고 나머지 직원도 승진이 늦어질 것으로 예상돼 무거운 분위기가 청사 전체를 감쌌다.
국정홍보처는 진작부터 폐지가 거론돼서 그런지 인수위 발표가 나온 뒤에도 크게 동요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한 팀장급 간부는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이런 어려움을 겪게 되니 착잡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충격과 실망감을 내비치는 사람도 더러 있었다.
■ ‘말’ 아끼며 주위 살피는 외통·산자부= 통일부의 기능을 상당 부분 흡수하게 된 외교통상부는 일단 말을 아끼며 주위 반향부터 살피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통합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반응도 감지된다. 한 간부는 “외교안보 분야의 여러 사안을 효율적이고 종합적인 시각에서 추진하겠다는 취지로 이해한다. ‘글로벌 코리아’를 강조해 온 새 정부의 국정철학이 반영된 것으로 본다”며 반겼다. 그러나 또다른 간부는 “대외관계 총괄조정 기능의 강화 필요성엔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어떻게 다루느냐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다. 균형감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운영의 묘’를 주문했다.
정보통신부와 과학기술부의 일부 기능을 가져와 지식경제부로 확대 개편되는 산업자원부는 환영 분위기 속에 후속 지침을 기다리고 있다. 한 팀장급 간부는 “경제가 융합되는 시기에 산업 전체를 일괄 지원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추게 됐다. 국가를 먹여 살릴 새 산업 부문을 창출하려는 새 정부의 의도가 반영된 조직 개편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기획예산처와 통합되는 재정경제부의 반응은 ‘출신 성분’에 따라 미묘하게 엇갈렸다. 재경부 자체가 경제기획원과 재무부 양대 산맥의 전통을 이어받은 탓이다. 경제기획원 출신 가운데서는 부총리제가 폐지돼 위상이 낮아진 듯 보이나, 실제로는 예산권과 조정 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며 경제기획원의 위상을 되찾을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나타내는 쪽이 많다. 이에 반해 재무부 전통을 이어받은 금융정책국의 한 과장은 “장관급인 금융감독위원회 조직에 금융정책국이 사실상 흡수되는 것이라 조직의 위축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정리/정치팀
해양수산부의 기능이 국토해양부와 농수산식품부로 넘어가면서 부처가 없어지는 인수위의 정부조직개편안이 발표된 16일 서울 종로구 계동 해양수산부 복도에 직원들이 닦으려고 맡긴 구두들이 쌓여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정보통신부 등을 통폐합하는 인수위원회의 정부조직개편안이 발표된 16일 저녁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정보통신인 신년인사회’에서 유영환 장관(오른쪽부터), 남궁석 전 장관, 이기태 한국정보통신산업협회 회장, 이상철 전 장관 등이 어두운 표정으로 정보통신산업 관련 영상물을 보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정보통신부와 과학기술부의 일부 기능을 가져와 지식경제부로 확대 개편되는 산업자원부는 환영 분위기 속에 후속 지침을 기다리고 있다. 한 팀장급 간부는 “경제가 융합되는 시기에 산업 전체를 일괄 지원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추게 됐다. 국가를 먹여 살릴 새 산업 부문을 창출하려는 새 정부의 의도가 반영된 조직 개편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기획예산처와 통합되는 재정경제부의 반응은 ‘출신 성분’에 따라 미묘하게 엇갈렸다. 재경부 자체가 경제기획원과 재무부 양대 산맥의 전통을 이어받은 탓이다. 경제기획원 출신 가운데서는 부총리제가 폐지돼 위상이 낮아진 듯 보이나, 실제로는 예산권과 조정 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며 경제기획원의 위상을 되찾을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나타내는 쪽이 많다. 이에 반해 재무부 전통을 이어받은 금융정책국의 한 과장은 “장관급인 금융감독위원회 조직에 금융정책국이 사실상 흡수되는 것이라 조직의 위축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정리/정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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