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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성난 지방…“이젠 항의 시늉만으론 안돼”

등록 2008-11-04 21:29

수도권 규제 완화를 반대하는 지방자치단체장,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지난 22일 오후 국회 본청 계단에서 지역균형발전 이행 촉구대회를 열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수도권 규제 완화를 반대하는 지방자치단체장,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지난 22일 오후 국회 본청 계단에서 지역균형발전 이행 촉구대회를 열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앞으로 지방에 올 기업 있겠나” 유치활동 손놔
“수도권기업 살리려 혁신도시마저 껍데기” 한숨
‘기업천하지대본.’

서울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충남 당진에 4일 들어서자 ‘기업하기 좋은 곳’을 홍보하는 펼침막이 눈에 들어왔다. 당진은 올해들어 10월 말까지 147개 기업을 유치한 것을 비롯해 2005년부터 모두 629개 업체를 이전시키는 데 성공한 충남의 대표적인 기업 유치지역이다. 삽교 함상공원 옆 당진 신평면 한정리 30여만㎡ 협동화지구에는 인천 남동공단에서 이전하는 ㅅ업체 공장 신축공사가 한창이다. 한정리 지구에는 9개 업체가 이전할 예정이다.

“답답하죠.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앞으로 이전할 기업이 있을지….” 당진군 지역경제과 심장보(30)씨는 “수도권에서 기업하는 이들이 쉴 새 없이 찾아오고 또 유치하러 공단들을 돌아다닐 때가 옛날 일 같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 이전 문의가 올 상반기에 크게 줄어들더니 가을부터는 가뭄에 콩나듯 한다”며 “수도권 공장 입지규제 완화 발표 뒤에는 유치 활동은 고사하고 온다던 기업들이 정말 올지 걱정하는 게 일과가 됐다”고 한숨지었다.

이곳으로 이전 예정인 수도권의 ㅈ부품업체는 경제불황 등을 이유로 회사 이전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2년여 전 국가산업단지 부곡·고대지구로 이전한 ㄷ기업의 한 임원은 “중소 하청업체들은 대부분 납품받는 업체를 따라 이전지를 결정한다”며 “겉으로는 경기와 원청기업에 따라 이전한다고 하지만 수도권에 땅만 구할 수 있다면 인력·교육 등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으로 올 업체가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박병석 민주당 정책위의장(맨 오른쪽) 등 비수도권 출신 민주당 의원들이 4일 오후 국회에서 대정부질의 답변을 하러 나온 한승수 총리(오른쪽 두번째)를 만나 인사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박병석 민주당 정책위의장(맨 오른쪽) 등 비수도권 출신 민주당 의원들이 4일 오후 국회에서 대정부질의 답변을 하러 나온 한승수 총리(오른쪽 두번째)를 만나 인사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박병선 당진군 기업유치팀장은 “현재 개발 중인 석문국가공단 등 2400만㎡ 산업단지의 분양 대책이 난감하다”며 “정부의 임대산단에서도 빠져있어 계획대로 건설하자니 기업 유치가 걱정이고, 안 하기도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비수도권 광역단체장들로 꾸려진 균형발전협의체는 수도권 규제 완화에 따른 광섬유·로봇 등 25개 첨단업종의 비수도권 파급효과를 분석한 결과 2011년까지 고용 4만5157명, 생산액 약 50조원, 부가가치 약 20조원의 피해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타격이 심한 지역은 충남, 경북, 경남, 충북 순이다.

광주시는 수도권에 신·증설을 허가하는 25개 첨단 업종에 광섬유·광학요소 제조업이 들어 있어 광산업 육성 전략과 전남과의 공동국가산단 조성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구시도 로봇산업 등을 특화하기 위한 달성군 테크노폴리스와 국가과학산업단지 등 1750만㎡의 산단에 기업을 유치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번 정부의 수도권 규제 완화 조처로 수도권 소재 공기업을 지방으로 이전하기 위해 대구·진주 등 9개 지방도시에 건설 중인 혁신도시와 태안·충주·원주 등 전국 6개 기업도시도 차질이 예상된다. 무엇보다 기업들이 수도권을 두고 지방으로 내려오지 않을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신정훈 전남 나주시장은 “참여정부 때 혁신도시 착공식을 한 뒤엔 현 정부에선 최근 혁신도시 택지공급 계획을 발표한 것 뿐이었다”며 “수도권 기업과 미분양 아파트 문제를 해결하려고 마지막 희망인 혁신도시마저 껍데기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김형기 경북대 교수(경제통상학부)는 “정부의 수도권 규제 완화 조처로 지역에서 ‘이제는 도리가 없구나’하는 심리적 마지노선이 무너질까 두렵다”며 “중앙정부에 대항하지 않으면 (정부 정책이) 그대로 갈 것이고, 적당히 항의하는 시늉만 내면 지방은 영원한 2류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송인걸 기자, 전국종합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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