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경기 용인시 거주 20대 남성이 다녀간 서울 용산구의 한 클럽 근처에 8일 낮 사람들이 오가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경기 용인시 거주 20대 남성이 코로나19로 확진된 지 이틀 만인 8일 접촉자 등 16명의 감염이 추가로 확인되면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집단감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 전파 사건의 첫 환자로 파악되는 용인시 확진자 ㄱ(29)씨는 발열과 설사 증상을 보이기 하루 전인 1일 밤 11시께부터 이튿날 새벽 4시께까지 서울 이태원의 클럽과 주점들을 방문했다. ㄱ씨와 클럽에 같이 머물렀던 14명과 직장동료 등이 추가로 확진됐고, 클럽 확진자한테서 전파된 3차 감염도 발생했다.
ㄱ씨와 직장동료 ㄴ씨까지 확진된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정보통신업체는 8일 사업장을 폐쇄하고 전체 임직원이 무기한 재택근무를 하도록 조처했다. 이들과 접촉한 직원 56명은 자가격리와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했다. 클럽 접촉자로 확진된 ㄷ씨는 사이버작전사령부 소속인데, 군은 사무실이 있는 서울 용산구 국방부 별관과 민원실, 숙소 등의 이동을 통제하고 소독 조처했다. 경기도 성남시의료원에선 간호사가 확진 판정을 받아, 이 간호사가 일하는 수술실을 폐쇄하고 함께 근무한 마취과 의사 5명 등 의료진을 격리한 뒤 코로나19 검사를 받도록 했다. 정식 개원하지 않은 성남시의료원은 지난 6일 수술실을 처음으로 가동해 환자는 없었고, 의료진들만 개원 준비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렇게 순식간에 확진자가 늘어난 것은 △사람들의 이동과 접촉이 많았던 황금연휴 △바이러스 배출량이 가장 많은 발병 초기 △밀폐돼 환기가 어려운데 밀접하게 접촉이 이뤄지는 공간이라는, 바이러스 확산에 더없이 좋은 조건 탓이다. 더구나 ㄱ씨는 해당 시설 안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도 않았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추가 확산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전파지’로 추정되는 클럽 출입자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어, 감염이 어디까지 번져나갈지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은경 본부장은 “유흥시설 출입명부가 정확한지 확인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며 “카드(전표) 조사 등의 보완조치를 하고 있다. 해당 지역·시설 방문자의 신고와 검사를 독려하는 재난안내문자도 발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감염 확산 우려가 커지며 다시 방역체계를 강화하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왔지만, 일단 방역당국은 생활 속 거리두기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은 “감염 위험에 노출된 뒤 시차를 두고 증상이 나타나는 코로나19의 특성 때문에, 방역당국은 뒤를 쫓아가면서 조치하는 한계가 근본적으로 있다”면서도 “이 건 하나만 놓고 (생활 속 거리두기) 방침을 변경하거나 수정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생활 속 거리두기는 산발적인 감염 사례가 계속 나타날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고 일상으로 복귀하려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 대신 정부는 전국 클럽과 유흥주점 등 유흥시설에 완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과 같은 수준의 운영자제 권고 행정명령을 내렸다. 업주 스스로 운영을 자제하되, 문을 열어야 한다면 마스크 착용과 방역관리자 지정, 출입자 명단 작성과 신분증 확인 등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라는 것이다. 이를 지키지 않은 것이 적발되면 300만원 이하의 벌금 등 처벌을 받거나 운영금지 조처를 당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방역당국은 앞으로 감염경로 불분명 사례, 일일 평균 환자 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고강도 또는 완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전환할지 여부를 지속적으로 검토할 방침이다.
권지담 선담은 박병수 최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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