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황영기 행장(왼쪽 두번째)과 마호웅 노조위원장(왼쪽 첫번째)이 20일 오전 우리은행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비정규 직원의 정규직 전환 합의를 발표한 뒤 임·단협안에 서명하고 있다.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3100명 규모… “정규직 임금 동결 대신” 노사합의
우리은행이 금융권 최초로 노사 합의를 바탕으로 비정규직 직원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움직임이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될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황영기 우리은행장과 마호웅 우리은행 노조위원장은 20일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내년에 정규직 임금을 동결하는 대신에 3월1일부터 비정규직을 전원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데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현재 우리은행의 비정규직 직원 수는 전체 1만1천여명의 28%선인 3100여명으로, 이들 대부분은 영업점 창구에서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이번 합의로 이들 비정규직 직원들은 고용보장과 복리후생에서 정규직과 같은 대우를 받게 된다. 그간 은행권에서는 업무 실적이 뛰어난 일부 비정규직 인력을 별도의 절차를 거쳐 정규직으로 전환한 사례는 있으나, 노사 합의를 거쳐 비정규직 전체를 한꺼번에 정규직으로 돌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황 행장은 “이번 합의가 정규직원들의 임금동결이라는 양보를 전제로 이뤄졌기 때문에 직원 사이 결속력을 더욱 다질 수 있게 돼 생산성과 영업력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 위원장은 “우리은행 사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붐을 일으키는 데 초석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우리은행 노사의 합의를 계기로 다른 은행들도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비정규직의 전원 정규직화를 당장 검토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은행의 사례가 영향을 끼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35개 금융기관 노조를 지부로 거느린 전국금융산업 노동조합도 전체 금융권 차원으로 논의를 넓혀간다는 계획이다. 이승민 금융노조 정책실장은 “비정규직의 고용안정과 복리후생이 대폭 개선됐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 의미를 지니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 실장은 “지금까지 은행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인력들은 단독 직군제를 통해 별도의 임금체계 적용을 받아 결국 정규직과의 급여 차별화가 공식화된다”며 “완전한 정규직화로 보기 힘든 측면도 있다”는 견해도 밝혔다. 최우성 기자 morg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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